<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우리 말♠문학 자료♠작가 대담 1123

[제40회 중앙시조신춘시조상] 불편해서 지나친 것들에 한없이 미안했죠

[제40회 중앙시조신춘시조상] 불편해서 지나친 것들에 한없이 미안했죠 중앙신춘시조상 불편에게로路 -권선애 편안대로大路 벗어나 불편에게로 갑니다 자동화된 도시에서 손발이 퇴화될 때 발밑은 물관을 따라 실뿌리를 뻗습니다 지칠 대로 지쳐가 풀 죽은 빌딩 숲은 낯선 대로 익숙한 대로 껍질만 남긴 채 별들의 보폭을 따라 좁은 길을 걷습니다 좋을 대로 움트는 불편을 모십니다 어두우면 꿈꾸는 대로 밝으면 웃는 대로 낮과 밤 시간을 일궈 내 모습을 찾습니다 권선애 당선 연락을 받고 온종일 내 몸엔 명사와 주어(정말, 정말 내가?)가 번갈아 돋았습니다. 밭에서 발코니에 옮겨 심은 케일을 오래도록 바라보았습니다. 불편해서 지나친 것에 한없이 미안했습니다. 시조 앞에서 제자리를 맴돌 때, 들풀은 바람을 따라가느라 더욱 유연..

[제40회 중앙시조대상] 시조는 생물체, 내게 말을 걸어옵니다

[제40회 중앙시조대상] 시조는 생물체, 내게 말을 걸어옵니다 중앙시조신인상 그 겨울의 뿔 -김양희 1 까만 염소에 대한 새까만 고집이었다 힘깨나 자랑하던 뿔에 대한 나의 예의 어머니 구슬림에도 끝내 먹지 않았다 염소의 부재는 식구들의 피와 살 살 익은 비린내에 입 코를 틀어막았다 엊그제 뿔의 감촉이 손바닥에 남아서 2 그 겨울 식구들은 감기에 눕지 않았다 고집을 부리던 나도 눈밭을 쏘다녔다 염소의 빈 줄만 누워 굵은 눈발에 채였다 김양희 시간은 어길 수 없는 완전체입니다. 어떠한 압력에도 구부러지거나 늦춰지지 않습니다. 총량의 법칙이 시간에도 적용됩니다. 이 법칙을 이해하고 충분히 누리다 보니 시조를 만지는 손길이 낯섦에서 익숙함으로 차차 바뀌었습니다. 2021년은 가장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그동안 ..

[제40회 중앙시조대상] 3년 전 몽골서 뼈만 남은 말 보며…우리의 인생 곱씹었다

[제40회 중앙시조대상] 3년 전 몽골서 뼈만 남은 말 보며…우리의 인생 곱씹었다 중앙시조대상 대상을 받은 손영희 시인. [사진 손영희] 시조 문학상 중 최고 권위인 중앙시조대상 40회 수상작으로 손영희(66) 시인의 ‘고비, 사막’이 선정됐다. 중앙시조신인상은 김양희(57) 시인의 ‘그 겨울의 뿔’로 정해졌다. 시조 시인의 등단 무대인 제32회 중앙신춘시조상에는 권선애(55)씨의 ‘불편에게로路’가 선정됐다. 시조 시인 중 2000년 이후 등단해 15년 이상이 됐고, 시조집을 한 권 이상 출간했으며 한 해 5편 이상을 발표한 이가 중앙시조대상의 후보 자격을 가진다. 중앙시조신인상은 등단 5년 이상 10년 이하이며 한 해 5편 이상을 발표한 시조 시인이 후보다. 중앙신춘시조상은 올 1~11월 매달 열린 중..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5) / 외국인 노동자 - 박종구의 '나래를 젓다'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5) / 외국인 노동자 - 박종구의 '나래를 젓다'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5) / 외국인 노동자 - 박종구의 '나래를 젓다'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5) / 외국인 노동자 - 박종구의 '나래를 젓다' 나래를 젓다 박종구 강쇠바람 불어오는 포항공단 철근공장 구부정한 허리 펴며 또 하루를 버텨내는 찜웨이, 주름진 이마에 붉은 땀이 솟는다 시뻘건 불똥들이 온몸에 달라붙어 잠시의 혼절 속에 뼈와 살 다 녹았다 다 터진 두 팔에 매달린 허기진 식솔들 뼈가 시린 그리움을 야윈 등에 짊어진다 짧은 다리 질질 끌며 배웅하던 아버지, 그 모습 먼 안부 찾아 메콩강을 건넌다 —『질경이의 노래』(목언예원, ..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4) / 발산과 자제 - 함순례의 '꼴림에 대하여'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4) / 발산과 자제 - 함순례의 '꼴림에 대하여'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4) / 발산과 자제 - 함순례의 '꼴림에 대하여'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4) / 발산과 자제 - 함순례의 '꼴림에 대하여' 꼴림에 대하여 함순례 개구리 울음소리 와글와글 칠흑 어둠을 끌고 간다 한 번 하고 싶어 저리 야단들인데 푸른 들녘마저 점점이 등불을 켜든다 내가 꼴린다는 말 할 때마다 사내들은 가시내가 참… 혀를 찬다 꼴림은 떨림이고 싹이 튼다는 것 무언가 하고 싶어진다는 것 마음속 냉기 풀어내면서 빈 하늘에 기러기 날려 보내는 것 물오른 아카시아 꽃잎들 붉은 달빛 안으로 가득 들어앉는다 꼴린다, 화르르 풍..

제5회 청명시조문학상 심사평

제5회 청명시조문학상 심사평 심사평(김종식, 안태영) 정격시조의 발전과 저변 확대에 앞장서 온 함세린 시조시인은 “문학이란 상상적, 심미적 언어활동을 통해 인간의 체험, 생각, 느낌을 표현하는 예술이다. 그중에서도 시조는 우리 민족의 숨결이 담겨 있는 문학 장르이며 형식과 품격이 명확히 어울려야 된다. 우리 민족 고유 박자이자 조상들의 숨결인 3⦁4⦁5를 기준으로 조상의 얼도 지키면서 전통 음수율인 초장 3⦁4⦁3⦁4, 중장 3⦁4⦁3⦁4, 종장 3⦁5⦁4⦁3만을 기준으로 단 한 자도 가감 없이 지켜내는, 정격(定格)이 아닌 정격(正格) 시조로만 작품이 구성된, 진정 반듯한” 시조를 정격시조라고 정의했다. 합치면 총 43자다. 중국에는 한시, 일본에는 와카(31자)와 하이쿠(17자)가 있다. 단 한 자도..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3) / 아아 어찌 잊으랴 - 이덕진의 '피의 능선'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3) / 아아 어찌 잊으랴 - 이덕진의 '피의 능선'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3) / 아아 어찌 잊으랴 - 이덕진의 '피의 능선'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3) / 아아 어찌 잊으랴 - 이덕진의 '피의 능선' 피의 능선 이덕진 여기 지금 살육을 본다 지구도 하늘도 까무러질 듯 포는 우는데 지그시 떠오르는 아침 햇빛이 비둘기색 1211고지를 황홀히 빚어낸다. 악착스러운 인간의 생과 사의 찰나에, 육과 육, 피와 피의 난무! 아아 임리(淋漓)한 선혈이 굴곡된 계곡을 붉히고 산형이 변하여 시체가 첩첩할 때 능선은 피를 빠는 하나의 악귀 만대에 계승될 또 하나의 피비린내 나는 장엄한 전설이 생겼다...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2) /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 권성훈의 '움,'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2) /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 권성훈의 '움,'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2) /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 권성훈의 '움,'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2) /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 권성훈의 '움,' 움, 권성훈 파산을 신청하고 긴 계단 돌아왔다 순번 없는 3월 하늘 새순 돋는 대기표 말소된 이연(離緣)의 저녁, 고지서로 가득하다 슬픔의 만기일과 눈물의 소멸 시효 담배를 꺼내 문다 서류 봉투 꺼내 운다 활자도 모르는 척 (위장) 이혼 증명서 반지 자국 매만지며 주문 한 번 외워볼까 양말 벗을 귀갓길 이불 덮을 방바닥 일순간, 욕망의 배꼽, 움이 튼다, 아득하다 ―『유씨 목공소』(서정..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1) / 눈물겨운 투병기 - 배우식의 '목숨은 외롭다'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1) / 눈물겨운 투병기 - 배우식의 '목숨은 외롭다'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1) / 눈물겨운 투병기 - 배우식의 '목숨은 외롭다'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1) / 눈물겨운 투병기 - 배우식의 '목숨은 외롭다' 목숨은 외롭다 배우식 혓바닥이, 불에 탄 돌덩어리 같다 뇌수술로 폐쇄된 콧구멍, 혓바닥이 혼자서 바삭바삭 부서질 것 같은 숨을 삼킨다 불에 녹아 오그라든 비닐봉지 같은 목구멍이 오그라든 숨을 삼킨다 이렇게 코가 막혀 뚱뚱 부은 목구멍으로 숨을 쉬는 것은 죽음 속에서 길을 잃은 것보다도 더 아프고 더 외롭다 중환자실에서 간신히, 간신히 삼키는 목숨이 온몸을 태운다 바싹 탄 입 속에 ..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0) / 권력과 금력 - 김철교의 '매 맞는 강남 부자 아들놈'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0) / 권력과 금력 - 김철교의 '매 맞는 강남 부자 아들놈'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0) / 권력과 금력 - 김철교의 '매 맞는 강남 부자 아들놈' [이미지 제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0) / 권력과 금력 - 김철교의 '매 맞는 강남 부자 아들놈' 매 맞는 강남 부자 아들놈 -김홍도의 풍속화 김철교 까불던 졸부 자식, 훈장에게 매 맞으니 친구들이 쌤통이다 웃고 있구나 스승은 멍청한 자식을 둔 부잣집 애비가 고소해서 체통도 없이 키득거린다 저 펼쳐진 책 속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 가난해도 배부를 수 있는 합리화 법칙? 세상 권력에 눌려 살아도 천국을 차지하는 거지 나사로의 이야기? 이 시대 고관대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