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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4) / 발산과 자제 - 함순례의 '꼴림에 대하여'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1. 29.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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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4) / 발산과 자제 - 함순례의 '꼴림에 대하여'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4) / 발산과 자제 - 함순례의 '꼴림에 대하여'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4) / 발산과 자제 - 함순례의 '꼴림에 대하여'

 

꼴림에 대하여  

함순례

 

개구리 울음소리 와글와글 칠흑 어둠을 끌고 간다
한 번 하고 싶어 저리 야단들인데
푸른 들녘마저 점점이 등불을 켜든다

내가 꼴린다는 말 할 때마다
사내들은 가시내가 참… 혀를 찬다
꼴림은 떨림이고 싹이 튼다는 것
무언가 하고 싶어진다는 것
마음속 냉기 풀어내면서
빈 하늘에 기러기 날려 보내는 것

물오른 아카시아 꽃잎들
붉은 달빛 안으로 가득 들어앉는다

꼴린다,
화르르 풍요로워지는 초여름 밤

—시집『뜨거운 발』(애지, 2006)

 

<해설>

사전을 뒤지니 ‘꼴리다’가 “생식기가 성욕으로 흥분하여 뻣뻣해지면서 커지다”와 ‘배알이 꼴리다’란 뜻으로 쓰여 “비위에 거슬려 아니꼽다”란 두 가지 뜻이 있다고 설명해놓고 있다. 시인은 후자인 ‘배알이 꼴리다’로 쓰지 않고 전자의 뜻으로 이 말을 쓰고 있다. 여성 화자가 이 말을 수시로 하니까 “사내들은 가시내가 참… 혀를 찬다”고. 하지만 ‘꼴림’을 생명체의 원초적 본능으로 이해하면 혀를 찰 하등의 이유가 없다. 개구리들도 와글와글 “한 번 하고 싶어 저리 야단들이” 아닌가. 

시인은 꼴림을 뭇 동물의 원초적 본능으로 이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떨림이고 싹이 튼다는 것”으로, “무언가 하고 싶어진다는 것”으로, “빈 하늘에 기러기를 날려 보내는 것”(미당의「冬天」이 연상된다)으로, 이윽고 “마음속 냉기 당당하게 풀면서/한 발 내딛는 것”으로 해석한다. 즉 열정과 창조의 원동력으로 파악한 것이다. 꼴림이 없으면 풍요로움도 없다는 시인의 주장에 공감한다. 함 시인의 용감함에 박수를 보낸다. 

출처 : 뉴스페이퍼(http://www.news-pap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