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5) / 외국인 노동자 - 박종구의 '나래를 젓다'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5) / 외국인 노동자 - 박종구의 '나래를 젓다' [이미지 편집 = 한송희 에디터]
이승하 시인의 ‘내 영혼을 움직인 시’ (55) / 외국인 노동자 - 박종구의 '나래를 젓다'
나래를 젓다
박종구
강쇠바람 불어오는 포항공단 철근공장
구부정한 허리 펴며 또 하루를 버텨내는
찜웨이, 주름진 이마에 붉은 땀이 솟는다
시뻘건 불똥들이 온몸에 달라붙어
잠시의 혼절 속에 뼈와 살 다 녹았다
다 터진 두 팔에 매달린 허기진 식솔들
뼈가 시린 그리움을 야윈 등에 짊어진다
짧은 다리 질질 끌며 배웅하던 아버지,
그 모습 먼 안부 찾아 메콩강을 건넌다
—『질경이의 노래』(목언예원, 2015)
<해설>
포항제철에서 한 생을 보내고 정년퇴임한 박종구 시조시인이어서 그런지 캄보디아 출신의 노동자 찜웨이를 다루었다. 캄보디아가 전에는 나라이름이 크메르였고, 크메르 하면 떠오르는 것이 ‘크메르 루즈’와 ‘킬링필드’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군사독재치하에서 신음만 한 것이 아니라 많이 죽었다. 1975년부터 4년간 베트남과 전쟁도 하였다. 그래서 아시아에서도 아주 가난한 나라가 된 캄보디아는 근로인력이 외국으로 나가게 되었다.
포항제철에서 찜웨이는 시뻘건 불똥을 보며 일하는데 “잠시의 혼절 속에 뼈와 살이 다” 녹지만, 두 팔이 다 터지지만, 병원 천정을 보며 누워 있을 수 없다. 허기진 식솔이 두 팔에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의 아버지는 짧은 다리를 질질 끌며 공항으로 배웅을 나왔었다. 자국민 학살을 자행했던 크메르 루즈 때문인지 베트남-캄보디아전쟁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뼈가 시린 그리움”의 대상에 아버지가 있다. 아버지의 그 모습, 먼 안부를 찾아 오늘도 수만 리 저쪽 메콩강을 마음으로 건너는 노동자 찜웨이. 우리도 한때 많은 젊은이들이 독일의 탄광과 중동의 건설현장에 가서 다치기도 하고 목숨을 잃기도 했다.
출처 : 뉴스페이퍼(http://www.news-pap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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