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밭/신달자 늙은 밭 신달자 늙은 밭에도 잡풀은 자란다 절반은 자갈이 들어박혀 수명 다해 가는 거친 밭에도 돌 사이를 비집고 잡풀이 자란다 이렇게 천둥이 치고 치는 밤 늙은 여자의 밭에도 이름도 없는 바다의 해일이 쳐들어와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잡풀이 온몸을 덮어 회초리로 쳐도 죽지 않는 .. 디카시 ♠ 모음 2020.01.31
겨울의 뿌리/이성렬(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41) 겨울의 뿌리 이성렬 공중에 머무는 물의 투명한 생장점 그것은 가장 추운 날 어둠 속 대지의 심장을 향한 굳은 심지 밝아오는 빛살에 온몸을 비워내며 공중에 머무는 물의 투명한 생장점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41』(머니투데이, 2015년 01월 09일) 무엇의 뿌리가 된다는 일은 .. 디카시 ♠ 모음 2020.01.03
검정 고무신/정연탁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40) 검정 고무신 정연탁 흙섬뜰 헝겁 덧댄 검정 고무신 한 켤레 나도 꼭 이렇게만 꼭 이정도만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40』(머니투데이, 2015년 01월 05일) 아련함부터 솟아나는 이름이다. 지금의 신발처럼 갖은 장치를 하지 않고도 단순하게 작은 배 모양을 한 고무신은 우리 피부.. 디카시 ♠ 모음 2020.01.03
보리밭/최광임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39) 보리밭 최광임 까마귀 떼 날아가고 날아올 때에도 서릿발을 뚫고 동은 튼다 거기, 부단히 잎을 밀어 올리고 키우는 보리세상이 있다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39』(머니투데이, 2015년 01월 02일) 김제 벽골제에 가면 보리밭이 만경(萬頃)이다. 이른 아침 지평선에서부터 먼동이 .. 디카시 ♠ 모음 2016.09.30
안녕, 갑오/조재형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38) 안녕, 갑오 조지형 갑오년의 큰 그림이 완성되어 간다 돌아보면 이번 작품은 슬픔의 눈물이 주요 배경이 되었다 이미 추억의 곳간에 넣어둔 쉰한 장과 2일간의 여백이 남았어도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38』(머니투데이, 2014년 12월 22일) 갑오년은 나라의 온 국민이 하나의 주.. 디카시 ♠ 모음 2016.09.30
정박/정한용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37) 정박 정한용 바람 차고 길 끊겼다 올 수도 갈 수도 없는 절정에 서 있어도 멈춤은 출항의 힘을 닦는 법 내일 그대에게 직방으로 닿겠다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37』(머니투데이, 2014년 12월 22일) 그렇다. 생의 강렬한 충동은 모든 것의 충족이 아니라 결핍에서 나오는 법이다. .. 디카시 ♠ 모음 2016.09.10
겨울 숲길/박호민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36) 겨울 숲길 박호민 숲은 애써 말하지 않는다 그냥 와서 느끼라고만 할 뿐 생이 어찌 어둡기만 할 것인가 가끔은 이렇게, 사무치도록 그리움의 빛살 한 줌 풀어놓는 것을.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36』(머니투데이, 2014년 12월 19일) 어느 한 해인들 어찌 춥지 않은 겨울이었겠는가.. 디카시 ♠ 모음 2016.09.10
고드름/박경희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35) 고드름 박경희 어미와 떨어진 강아지가 사나흘 내린 운다 바들바들 떨다가 울다가 고드름이 되어버린 강아지 퍽퍽, 눈물로 깨진다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35』(머니투데이, 2014년 12월 15일) 그래, 사나흘 눈이 원도 한도 없이 푹푹 나렸지. 전국이 꽁꽁 얼어붙고 도시에도 칼.. 디카시 ♠ 모음 2016.09.10
노을/노영민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28) 노을 고영민 너도 핏줄이 있느냐 핏줄이 땡기느냐 일구월심 번져가는 핏줄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28』(머니투데이, 2014년 11월 17일 ) 에로스적인 사랑의 빛은 강렬하고 화려하며 요란하고 자극적이다. 도무지 숨기려야 숨길 수 없는 주머니 속 송곳처럼 겉으로 드러나고야 .. 디카시 ♠ 모음 2016.09.10
절명 ―詩人/박완호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25) 절명 ―詩人 박완호 감전된 마음 하나를 만났다 거미줄을 붙들고 가까스로 매달린 금 간 심장이 죽을힘을 다해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마지막 숨빛을 단말마로 반짝였다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25』(머니투데이, 2014년 11월 10일) 한 마디로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그런데 도대.. 디카시 ♠ 모음 2016.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