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 키운 섬 ―감천마을 최삼용 비탈길 뒤뚱이며 기어 오른 마을버스에서 내려 까마득한 돌계단을 터벅터벅 오르면 마주 오는 사람 비켜가기 위해 잠시 된숨 놓아도 되는 그래서 노곤이 땟물처럼 쩔어진 골목은 이웃집 형광등 불빛까지 남루가 고인 저녁을 달랜다 액땜인 양 보낸 하루로 얻어진 고단을 눕이려 정처에 들면 허기를 부은 양은냄비의 끓는 물속에서 울혈 닮은 라면 스프 물 붉게 우러나고 몸집 부푼 면발 따라 가난의 죄까지 부풀린다 하느님과 한 발짝이라도 더 가까이서 살기에 믿음 약해도 하느님을 빨리 만날 것 같은 도시가 키운 섬 거기에 가난과 실패를 혹은 죄 없는 꿈을 혀끝에 단 채 휘황한 도심 발치에 두고 가난을 품앗이한 우리가 산다 ―시집『그날 만난 봄 바다』(그루, 2022) 홀로 산행을 하며 삼각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