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읽고 -수필

매미 /김미선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2. 6. 10. 20:12
728x90

매미

 

김미선

 

 

구애의 노래는

울음은 가깝다

 

백일홍 붉은 가지에

스치는 저 소리

백종이 머잖은 길에

영혼의 절규로 들리네

 

파도 타듯 너울거리는

저 소리의 뒤안길

느티나무에 벗어놓고 간

헌 옷 한 벌

몸이 빠져나간 뒤

바람에 날아갈 듯

깃발로 흔들리는 텅 빈 손

 

 

 

―시집『바위의 꿈』(시와반시, 2022)

 

---------------------------

  매미는 종에 따라 짧게는 3년 5년 7년 13년을 애벌레로 땅속에서 나무뿌리의 액을 먹고 살다가 지상에 나와 약 한 달간 머무르다 생을 마친다고 한다. 매미가 이렇게 주기로 나오는 것은 새, 다람쥐, 거북, 두꺼비, 거미, 고양이, 개 심지어 물고기까지 매미를 잡아먹는 천적에 대응하기 위한 생존전략의 방식이라고 한다.

 

  미국 동부지역에는 17년을 주기로 나타타는 부루드 X라는 매미가 있는데 우리나라의 매미와 달리 눈알이 빨갛다고 한다. 그런데 부루드 X 매미는 한 달 사이 그 수가 무려 수조 마리가 땅 위로 올라온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물거나 쏘지 않고 작물에 해를 끼치지 않으며 인체에 무해하다고 한다. 그 뿐 아니라 생태계에는 유익하다며 즐기라고 한다는데 수천수만 마리가 한꺼번에 울어대는 소리는 거의 재앙 수준이라고 한다. 워낙 한꺼번에 많이 깨어나다 보니까 처치 곤란해서 요리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매미는 단백질도 많고 지방이 적어 튀겨먹기도 한다는데 아직 맛을 본 적이 없지만 새우 맛이 난다고 한다.

 

  비가 많이 오면 땅속에 갇힌 매미 유충이 죽기도 하고 비가 너무 안 와 땅이 딱딱하게 굳어 있으면 땅을 뚫고 나오지 못한다고 하는데 매미 소리는 참 듣기 좋다. 특히 참매미의 맴맴맴 하는 소리는 평화롭고 애틋하기도 하다. 새벽부터 농사일하다가 꽁보리밥 찬물에 말아 한술 뜨고 무더위 피해 나무 아래 평상에서 아련한 낮잠을 즐길 때 매미 소리는 천상의 선녀가 내려와 연주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 매미가 요즘에 와서는 천덕꾸러기가 되어가고 있다. 도심의 불빛 때문에 낮인 줄 알고 운다고 하는데 아파트 사는 주민들은 더워도 창문을 열 수 없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매미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우는 이유는 암컷이 다른 수컷에게 가는 것을 방해도 하고 천적들이 자신들의 위치를 찾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매미로서는 생존본능으로 종족 번식을 위한 온몸을 다한 몸부림인데 그 구애의 절규가 인간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것을 알까. 오래전에 아이들에게 파브르 곤충기 책을 사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책 속에서 매미의 청각을 실험하는 장면을 읽었다. 파브르는 뒤에서 박수도 쳐 보고 심지어 대포를 동원해서 쏴봤는데 날아가지 않는 것을 보고 매미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매미는 청각이 매우 발달한 곤충이라고 한다. 등산하다가 매미 소리가 가까이 들려 어디서 우나 살금살금 다가가 보지만 발견하기도 전에 나뭇가지 사이를 헤치고 잽싸게 날아가는 것을 보면 매미가 귀가 먹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지금은 5월 아직은 매미가 땅 위로 나올 시기는 이르지만 매미가 울 수 있는 시간은 기껏 2주에서 한 달이라고 한다. 매미 수컷은 이 짧은 기간 동안 암컷을 찾아서 후손을 번식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이라 맹렬히 울 수밖에는 없다. 비록 시끄럽고 괴롭다 하더라도 매미의 절규, 세레나데를 나의 연인을 위한 노래라 생각하고 기쁘게 들어 주시기를...

'시를♠읽고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시가 키운 섬―감천마을 /최삼용  (0) 2022.06.10
일인칭의 봄 /이명숙  (0) 2022.06.10
산수유 그 여자 /홍해리  (0) 2022.06.10
경전 1 /이태호  (0) 2022.06.10
눈 온 날 저녁 /박창기  (0) 2022.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