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 그 여자
홍해리
눈부신 금빛으로 피어나는
누이야
네가 그리워 봄이 왔다
저 하늘로부터
이 땅에까지
푸르름이 짙어 어질머리 나고
대지가 시들시들 시들마를 때
너의 사랑은 빨갛게 익어
조롱조롱 매달렸나니
흰눈이 온통 여백을 빛나는
한겨울, 너는
늙으신 어머니의 마른 젖꼭지
아아,
머지않아 봄은 또 오고 있것다.
―월간『우리詩』(2022,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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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꽃과 생강나무꽃은 비슷하다. 진달래보다도 더 일찍 피는 눈 속의 매화나 동백 말고는 초봄에 가장 먼저 피우는 것도 같다. 그러나 비슷하다는 말은 어폐가 있다. 왜냐하면 산수유꽃, 생강나무꽃은 우선 색깔이 노랗고 멀리서 보면 거의 구분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산에서는 산수유를 볼 수가 없고 생강나무는 깊은 산은 아니더라도 산에 가야 만날 수 있는데 가까이서 보면 꽃모양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꽃이 다를 뿐 아니라 수피도 다르고 잎도 다르다.
산수유와, 생강나무꽃은 둘 다 진달래나 목련, 벚꽃처럼 잎보다 꽃을 먼저 피우지만 산수유는 암수한꽃이며 생강나무는 암수 딴그루이다. 꽃 모양 또한 전혀 다르다. 생강나무꽃은 전문가가 아니라면 암수 꽃 구분도 어려울 뿐 아니라 작은 꽃들이 여러 개 뭉쳐 피며 꽃대가 없어 하나의 꽃처럼 보이는데 마치 팡팡 터진 팝콘처럼 보인다. 그에 반해 산수유꽃은 몇 십개의 꽃이 우산처럼 둥굴레 모여서 피는데 하나하나가 4장의 꽃잎을 가지고 있어서 단지 작을 뿐 일반적으로 아는 꽃처럼 보인다.
시의 제목 “산수유 그 여자“를 보고 문득 생강나무 여자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꽃을 열거해보았는데 산수유가 어머니 누이 같은 꽃이라면 생강나무꽃은 가랑머리 땋은 소녀 같은 꽃이라고나 할까. 꽃이 열매를 맺고 한 시절이 가듯 소녀가 어머니가 되고 어머니가 소녀를 보듯 봄은 와 산수유 생강나무꽃은 또 피고 질 것인데 마치 후년의 봄이 안 올 것처럼 걱정 아닌 걱정을 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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