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권선희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34) 눈 권선희 초롱한 눈 위에 눈 쌓인다 눈 위에 눈, 자꾸 내린다 시퍼렇게 겨울을 읽는 저 눈 거짓말은 하얗게 들어났다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34』(머니투데이, 2014년 12월 12일) 동음이의어의 경쾌함과 운율감에도 느낌은 쩌렁쩌렁하기만 하다. 쩍쩍 얼어붙는다. 추상같은 호.. 디카시 ♠ 모음 2016.09.10
달의 자손/강제윤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33) 달의 자손 강제윤 굴은 달이 차고 기우는데 따라 여물기도 하고 야위기도 한다 섬사람들은 굴처럼 살이 올랐다 야위었다 한다 섬사람들은 달의 자손이다 달이 바닷물을 밀었다 당겼다하며 바다 들을 키우면 사람들은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고 소라고동과 굴들을 얻어다 살아간다 ―『.. 디카시 ♠ 모음 2016.09.10
낙엽 꽃등심/장인수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32) 낙엽 꽃등심 장인수 평생 오백 원, 천 원에 쩔쩔 매셨던 어머니 무청을 널고 계신 아버지 1++A 등급 평창 한우 꽃등심입니다. 제가 맛있게 구워드릴게요. 맛있게 드세요.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32』(머니투데이, 2014년 12월 01일) 예술이란 희소성이 생명이지만 그 예술이 담보.. 디카시 ♠ 모음 2016.09.09
늙은 호박/송찬호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31) 늙은 호박 송찬호 지난여름, 앰뷸런스에 실려 간 옆집 노인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노인이 심은 호박도 넓게 넝쿨을 뻗지 못하고 시들었다 다만, 멀리서 소식 없는 한 점 혈육 같은, 담장에 매달린 호박 한 덩이만 애호박에서 늙은 호박으로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31』(머니.. 디카시 ♠ 모음 2016.09.09
길에서/최준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30) 길에서 최준 불꽃도 꽃이었다 한때 글썽이고 일렁이던 그대와 나, 촛불이었다 사위는 순간 서로가 지워졌다 자취 없이 사라져 갔다 타오르기는 했던가 만난 적 있었던가 오늘도 그 길 반추하며 서 있다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30』(머니투데이, 2014년 11월 24일) 그대와 나’란.. 디카시 ♠ 모음 2016.09.08
장독들/문성해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29) 장독들 문성해 우묵함은 품는다는 것 사람이 매일 아침 오목한 손바닥 안에 세숫물을 담아내 듯 저 독들도 곧 무언가를 품어 우려내거나 절여내거나 고아낼 것이다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29』(머니투데이, 2014년 11월 21일) 곧게 뻗은 대나무는 굽히지 않는 푸른 기개를 지녔.. 디카시 ♠ 모음 2016.09.08
선물/김혜영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27) 선물 김혜영 인큐베이터 안에서 넌 젖병을 물지 않더구나 아가, 네 입안에 밥알이 들어갈 때 폭죽이 터지듯 벚꽃이 웃었지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27』(머니투데이, 2014년 11월 14일) 생의 가장 큰 선물을 꼽는다면 저마다 무엇을 들까. 보편적으로 자녀를 얻게 된 것이라고 말.. 디카시 ♠ 모음 2016.09.08
석림石林/유성식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26) 석림石林 유성식 하늘을 가르키던 손가락이 많이도 닮았구나. 2억만 년, 아직도 우리는 너를 기억한다.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26』(머니투데이, 2014년 11월 07일) 저 돌기둥들이 ‘많이도 닳았’다고 하는 것은 시인의 따뜻한 마음에서 나온 말이다. 글쎄, 2억만 년이란 나이를.. 디카시 ♠ 모음 2016.09.08
노을에 앉아/우대식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24) 노을에 앉아 우대식 나를 꺼내 읽는다 그 어디에도 사랑이라는 문자는 없다 꼭 걸어서 당도하라는 당신의 부탁만이 활판活版의 문자로 새겨졌을 뿐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24』(머니투데이, 2014년 11월 03일) 강둑에 앉아있는 중년의 나와는 달리 저 노을은 아직도 뜨겁게 붉.. 디카시 ♠ 모음 2016.09.08
인생/조용숙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23) 인생 조용숙 거미야! 너만 몰랐구나 네가 밤새워 짠 그물에 걸려 허부적대는 이가 바로 너란 걸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23』(머니투데이, 2014년 10월 31일) 한쪽에선 꽃이 피었다 지는가 하면 한쪽에선 여전히 핀 꽃이 여러 날 째다. 어느 날엔 소낙비 죽죽 쏟아지다 거짓말처럼.. 디카시 ♠ 모음 2016.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