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봉산을 다녀와서 ♠
누가 그랬던가요. 아는 만큼 보인다고. 정말 그랬습니다.
도봉산은 작년 10월 29 일 한 번 갔었지요.
그 때는 망월사로 올라서 포대능선을 타고 도봉산의 일반인이 등반할 수 최고의 높이라는 신선대도 올라
보았고 바로 코 앞에서 웅장하게 버티고 있는 자운봉도 보았고 두 번 째 높다는 만장봉, 선인봉도 다 보았지요.
그러나 그 때는 오봉만큼 멋있다고 생각하지를 않았습니다.
지난주에는 수락산을 갔었습니다.
수락산의 바위들은 주능선에 오밀조밀 아기자기하게 모여 있고 바위자체도 그다지 크지 않아 오르는 것도
그다지 힘들지 않았지요.
장남감 같은 바위들이 줄줄이 있어서 재미있었다고 할까요.
그런데 오늘은 달랐습니다. 바위를 안 타고 그냥 등산로만 다닐 때는 몰랐는데 바위를 타고
올라가서 주변경
치를 바라보니 와, 웅장하고 거대한 바위들이 하나같이 압도를 합니다.
도봉산의 바위들은 수락산 바위와 견줄 수가 없습니다. 우선 큽니다. 우람합니다.
크고 우람하니 올라가는 것도 내려오는 것도 더 위험하고 무섭지요. 칼바위는 삼각산의 칼바위 능선보다
더 칼같이 생겼습니다. 그런데도 그 암릉길을 사람들이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모르고 볼 때보다 알고 보니까 경치가 너무 멋있습니다.
수락산의 기차바위도 한 번 더 가야하고 도봉산도 가 봐야하고 삼각산도 안 가본 등산길이 수두룩한데 나들목
이 98개나 된다는 그 넓은 삼각산은 언제 다 갈 보나요.
원래 일정은 신선대에 올랐다가 도봉주능선을 타고 우이암까지 가서 그 곳에서 원통사로 하산을 하려고 하여
는데 마음이 바뀌어 오봉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오봉은 다시 봐도 멋있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저 다섯 개가 있는 봉우리 끝까지 가보고 싶은데 보조자일도
없이 간다는 것은 무리일 것 같아서 포기를 했습니다.
오봉에서 본 상장능선을 바라봅니다.
오른쪽에서 왼쪽 끝까지 상장능선의 1봉부터 9봉 왕관바위까지 병풍처럼 짝 펼쳐져 있습니다. 9봉 뒤쪽으로
는 삼각산의 거대한 암봉 인수봉이 여기서도 그 위용을 자랑하구요.
송추 솔고개에서 저 상장능선을 타고 갈 때 바라 본 오봉을 가까이서 다시 보니 역시나 멋있습니다.
오봉을 가게 되면 지척에 여성봉이 있습니다.
지난번에 오봉을 갔을 때도 갈까말까 재다가 못 갔는데 언제 이곳에 또 오나 싶어서 송추로 하산을 할 생각
을하고 여성봉으로 향합니다.
송추남능선으로 1킬로쯤 가면 여성봉이 있습니다. 여성봉으로 가는 내리막길은 여성의 고운 마음처럼 참으
로 편안하고 부드럽습니다.
여성봉으로 내려가면서 본 오봉의 모습도 또 색달랐구요. 저 반대편 쪽 우이암쪽에서 바라
볼 때 그 거대한
낭떠러지 오봉의 모습은 어디로 가고 오밀조밀한 바위가 덩그렇게 보입니다.
산에 있는 바위들은 어느 방향에서 보느냐에 따라 형상이 다르게 나타나서 보는 위치에 따라 형상들이 제
각각입니다. 그래서 모르면 다 볼 수가 없지요.
부드러운 흙길을 밟으며 오봉에 닿았습니다. 쭉 올라가는 바위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여성봉을 누가 여성봉이라고 이름을 지어 놓았을까요.
여성봉은 바위가 여인의 형상을 하고 있어서 여성봉이 아니라 올라가는 바위의 모습이 여성의 생식기를 닮
았습니다. 전라도 천관산에 있는 양근암은 남성의 생식기를 그대로 빼 닮았는데 자연의 빚어놓은 조화
의 석물이라 흉이라 할 수는 없겠지요.
오봉에서 바라보는 상장능선은 비스듬히 사선으로 보였는데 여성봉에서 상장능선을 바라보니 전면에서 한
눈에 다 들어옵니다. 삼각산의 인수봉과 만경봉도 정면으로 보이구요.
정말 멋있는 풍경입니다.
오늘 산행에서 많은 바위들을 보았지만 여성봉에서 상장능선을 조망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 보상을 받은
것 같습니다. 전에 저 능선을 타고 올 때 시야가 좋지를 않아 도봉산의 전경을 제대로 조망할 수 없었는데
다음에 가는 날은 날이 화창하여 여기 있는 여성봉까지 자세히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성봉에서 내려오는 하산 길은 고행길입니다.
안 그래도 좀 많이 걸어서 다리가 아픈데 이렇게 가파를 줄은 몰랐습니다.
여성봉까지 2킬로가 넘는 길이 거의 다 가파르니 무릎에 통증이 올 정도입니다. 그래도 되돌아가기에는 너
무 먼 길이죠.
날머리가 보여서 이젠 다 왔구나 싶었는데 웬걸요,
가도가도 차 타는 곳이 나오지를 않습니다. 송추유원지에서 족구를 하는 사람들이 보이는 곳에서 다리를
건너니 포장도로가 개울을 따라 쭈욱 이어집니다.
차가 다니는 큰길까지 한참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서울 구파발 방향으로 가는 차편은 보이나 의정부 도봉
방향으로 가는 정류장이 보이지를 않습니다.
서울에는 수도 없이 많이 보이는 택시가 여기서는 아무리 봐도 지나가지를 않습니다.
정류장을 찾아 걷다가 걷다가 다행히 도봉구로 가는 자가용을 만나서 서울로 한 번에 들어올 수 있었습니
다. 그 날 다리도 무지 아팠는데 이 고마운 사람들을 못 만났다면 고생 꽤나 했겠지요.
사람의 앞 일 정말 아무도 모르지요.
오늘 일정만 보더라도 오봉과 여성봉까지 갈 계획도 없이 집을 나섰는데 여성봉까지 가서 송추로 내려오고
또 알지도 못하는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차를 얻어 타고 왔지요.
마치 이 사람들의 차를 타고 오리라고 예정이 되어 있었던 것처럼.
일면식도 없는 그 사람들에게 이 지면을 빌려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면서 산행기를 마칩니다. 덕분에 서울
까지 편안히 들어왔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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