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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일서정(秋日抒情)
김광균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포화(砲火)에 이즈러진
도룬 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케 한다.
길은 한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日光)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어 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라나무의 근골(筋骨) 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낸 채
한가닥 꾸부러진 철책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 우에 세로팡지로 만든 구름이 하나.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
호올로 황량한 생각 버릴 길 없어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기울어진 풍경의 장막 저쪽에
고독한 반원을 긋고 잠기어간다.
-『한국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90』(조선일보 연재, 2008)
(『기항지』. 정음사. 1947 :『김광균 전집』. 국학자료원. 2002)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4편 수록 중 1편. 2007)
2010. 03.27 / 오후 116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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