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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인간, 자연이 하나 돼 살아가는 곳
송아지가 아프면 온 식구가 다 힘 없제
외양간 등불도 밤내 잠 못 이루제.
토끼라도 병나면 온 식구가 다 앓제
순덕이 큰 눈도 토끼 눈처럼 빨개지제.
- ▲ 일러스트=윤종태
아마도 손동연(53) 시인을 가슴 아프게 한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일이었을 것이다. 한때 우리에게 익숙했으나 이제는 망각해버린 저 자연친화적 세계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의 '뻐꾹리의 아이들' 연작은 이미 여섯 권에 이르렀다. 그 가운데 하나인 이 시를 보라.
여기에서도 '송아지'와 '토끼'는 단순한 가축이 아니다. 송아지가 아프면 온 식구가 다 힘이 없다. 토끼가 병이 나면 온 식구가 함께 앓는다. 송아지와 토끼는 어린 화자의 친구이자 온 식구의 생계를 유지시켜주는 경제적 근거다. 삶과 경제는 분리되지 않는다. '뻐꾹리'라는 가상의 공간에 사는 어린이들에게 동물들은 자신들의 분신이다. 그들은 함께 아프고 함께 웃는다.
"들길에서 만났네. 위아랫말 아이들./ -느그 집 송아지 잘 크냐?/ 장터에서 만났네. 위아랫말 어른들./ -자네 집 소도 안녕하신가?"(〈인사말〉) 이런 세계에서라면 달리 무슨 인사말이 필요하겠는가. 아이도 어른도 송아지와 소를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심지어 소는 '안녕하시'기까지 하다. 들길이든 장터든 사람과 소는 더불어 살아간다.
그들은 '식구'다. 정감 어린 전라도 사투리로 소를 존대하는 세계를 그리고 있는 손동연의 시는 묘한 서정이 살아 숨 쉰다. 그러나 이 서정이 언제나 활기차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 속에는 당연히 오늘날의 농촌 현실이 배경으로 깔려 있기도 하다. "땡볕 불볕에도 모자를 안 쓰시네/ -벼가 타들어간디 나 혼자만 어떻게…/ 소낙 장대비에도 우산을 안 쓰시네/ -벼가 살아나는디 이런 단빌 어떻게…"(〈아부지는 농부라서〉) '농부-아부지'는 땡볕에도 모자를 안 쓰고, 장대비에도 우산을 안 쓴다. 아니, 못 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이런 마음 아닐까. 곧 땡볕과 장대비의 여름이 시작될 것이다. 손동연의 시를 기억해볼 일이다.
입력 : 2008.06.20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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