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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오르며/도종환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0. 6. 15.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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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각산 최고봉 백운대>

 

 

 산을 오르며/도종환

 

 산을 오르기 전에 공연한 자신감으로 들뜨지 않고
 오르막길에서 가파른 숨 몰아쉬다 주저앉지 않고
 내리막길에서 자만의 잰걸음으로 달려가지 않고
 평탄한 길에서 게으르지 않게 하소서


 잠시 무거운 다리를 그루터기에 걸치고 쉴 때마다 계획하고
 고갯마루에 올라서서는 걸어온 길 뒤돌아보며
 두 갈래 길 중 어느 곳으로 가야 할지 모를 때도 당황하지 않고
 나뭇가지 하나도 세심히 살펴 길 찾아가게 하소서


 늘 같은 보폭으로 걷고 언제나 여유 잃지 않으며
 등에 진 짐 무거우나 땀흘리는 일 기쁨으로 받아들여
 정상에 오르는 일에만 매여 있지 않고
 오르는 길 굽이굽이 아름다운 것들 보고 느끼어


 우리가 오른 봉우리도 많은 봉우리 중의 하나임을 알게 하소서
 가장 높이 올라설수록 가장 외로운 바람과 만나게 되며
 올라온 곳에서는 반드시 내려와야 함을 겸손하게 받아들여
 산 내려와서도 산을 하찮게 여기지 않게 하소서

 

 

 - 시집『슬픔의 뿌리』(실천문학사)

 

 <▲삼각산 최고봉 백운대>

 

 <▲삼각산 두 번째 봉우리 인수봉>

 

 <▲삼각산 세 번째 봉우리 만경대>

<▲만경대와 노적봉/백운봉암문에서 백운대 오르는 암능길>

 

 

 

산사나이의 마음/신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