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울산 남구 삼호동과 중구 태화동의 주택가. 수천 마리의 까마귀 떼가 주택가 하늘을 맴돌거나 전신주에 내려앉아 동네가 온통 검은빛이었다.
까마귀 떼는 태화강 물이 맑아진 2000년 이후 매년 11월에 찾아와 2월쯤 떠난다. 이곳은 해마다 3만~4만여 마리가 찾으면서 전국 최대의 까마귀 명소(도래지)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주민들은 해마다 찾아오는 까마귀 떼가 반갑지만은 않다. 배설물에 널어놓은 빨래뿐 아니라 차량에까지 피해를 주고 있기 때문. 주민들은 까마귀 배설물 때문에 오전 9시 전후와 오후 5시 이후에는 옥상에 빨래를 널지 못한다. 또 까마귀 배설물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집앞 주차공간을 두고 먼 곳에 차를 세우는 사람도 많다.
주민 김모(42·여·중구 태화동)씨는 “주민들은 겨울철 전신주 주변에 차를 세우지 않고, 빨래도 옥상에 널지 않는다.”면서 “배설물이 떨어지면 차량 색깔이 변하고, 빨래도 다시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차량 정비업체는 “매년 겨울철 까마귀 떼 배설물로 차량 색상이 변해 광택작업 등을 맡기는 차량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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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는 까마귀 떼 배설물 피해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특정 시간에 빨래 너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과 전신주 인근에 차량을 세우면 배설물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팸플릿을 제작해 주민들에게 배포하는 데 그치고 있다. 고작해 봐야 까마귀 배설물 청소반을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서울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