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본 신문·건강정보>/내가 읽은 신문♠기사

[금융위기 후 그곳에선…] 광주는 두 번 ‘파산’ 당했다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1. 3. 5. 08:12
728x90

 

[금융위기 후 그곳에선…] 광주는 두 번 ‘파산’ 당했다

중앙일보 | 유지호 | 입력 2011.03.05 00:43 | 수정 2011.03.05 02:10 

[중앙일보 유지호]

선재성 부장판사

광주가 두 번 무너졌다. 미국발 금융위기 한파로 광주·전남의 대표 건설업체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대표적인 게 남양건설·금광기업·대주건설 등이다. 이들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건 한 가지.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을 살리는 임무를 맡은 광주지법 파산부의 신뢰도 '파산'했다. 재판장인 선재성(48) 수석부장판사가 법원의 신뢰를 떨어뜨렸다. 기업을 관리·감독해 살려야 할 법정관리인 대리와 감사 등에 형과 동창·후배 등을 임명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판사의 도덕성이 파탄 나면서 광주의 슬픔이 커지고 있다. 광주지법 파산부는 '호남권 대표 그룹'이란 별칭이 있다.

파산부에서 회생을 추진하는 기업만 77개사. 이들 기업의 자산 총액은 1조원을 훌쩍 넘는다.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2010년에 법정관리 신청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예년보다 두 배가 넘었다. 지난해 4월엔 광주·전남 지역의 2, 3위 건설업체(도급순위 기준)인 남양건설과 금광기업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에 앞서 2009년 말엔 광주·전남 간판 기업인 금호그룹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가 충격을 던졌다. "광주 기업의 씨가 마를 것"이라는 흉흉한 얘기까지 나돌았다. 광주상공회의소 전영복 상근부회장은 "광주에 미분양 아파트가 넘치면서 건설사들이 쓰러졌다"고 말했다.

 이런 부실 기업들이 믿고 의지할 곳이 법원 파산부다. 이곳에서 환부를 도려내 새로운 생명을 얻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선재성 수석부장판사는 이런 기대를 짓밟았다. 회생절차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기업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이 지역 일부 업체가 법정관리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박일환 법원행정처장은 4일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 법원 수석부장회의에서 "법관이 자신의 형과 전 운전기사를 법정관리 기업의 감사와 관리인으로 선임해 사법 불신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선 판사는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광주지검은 4일 법정관리인 등의 비리 의혹에 관한 진정서를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법정관리 기업에서 '왜 이런 사람을 법정관리인(또는 감사)으로 임명했느냐, 법정관리 때문에 피해 봤다'는 내용의 진정이었다"고 말했다.

 안진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관의 양심을 국민이 믿지 않으면 사회에 불신과 불만이 퍼진다. 광주는 지금 사법부에 실망하고 있다. 이게 광주의 안타까움이다"고 말했다.

광주=유지호 기자 < hwaonejoongang.co.kr >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center/v2010/power_reporter.a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