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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마을에 버려진 ‘백구’들… 무슨 일 있었나
기르던 동물 버리고 이주… 유기동물 처리 한 해 100억 경향신문 글·사진 백인성 기자 입력 2012.05.10 21:42 수정 2012.05.11 03:32지난달 29일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30-3번지.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백사마을에서 불암산 자락으로 올라가는 길 중턱에 강아지 한마리가 비닐봉지에 코를 파묻고 있었다. 모양새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흰색 털은 씻지 않아 회색 빛을 띠고 있다. 주인 잃은 강아지는 카메라를 들이대자 화들짝 놀라 줄행랑을 쳤다.
유기견은 백사마을에서 낯설지 않은 존재다.
"(개들이) 돌아다니고 쓰레기 뒤지는 거 보면 마음이 안 좋죠. 눈에 익은 것들인데…."
40년간 백사마을에 살았다는 차만영씨는 "떠난 사람들이 개도 함께 버리고 간 것"이라며 혀를 찼다.
지난달 29일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에서 유기견 한 마리가 대문 틈으로 밖을 바라보고 있다.
서울시는 백사마을의 재개발 계획을 확정하고 올해 말부터 사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2016년 말 완공이 목표다. 재개발을 앞두고 집주인들이 세입자의 계약 연장을 거부하면서 1170여가구 가운데 이미 249곳이 비었다.
버려진 개에게 '반려동물'이라는 단어는 사치다. 마을의 절 두 곳에서 버려진 개를 몇 마리씩 거둬 키우지만 한계가 있다.
활동가 이경자씨(가명)는 "상당수 주인들은 이사하면서 데려가지 못하는 개들을 개농장에 2만~3만원을 받고 식용으로 판다"며 "재개발지역에는 개장수들이 한 달에 한 번 꼴로 찾는다. 절반 이상의 유기견들이 한순간에 사라진다"고 말했다.
일부는 주민들에게 포획당해 관청에 넘겨진다. 노원구 관계자는 "10일간 주인이 찾지 않고 입양조차 받지 못하면 안락사 대상으로 전락한다"고 말했다.
올해 말부터 재개발이 시작되는 백사마을 전경.
농림수산식품부의 통계를 보면 2010년 집계된 유기견 수는 5만7893마리에 이른다. 이중 네 마리 중 한 마리 꼴로 안락사를 당한다. 살처분 비용도 마리당 10만원에 달한다. 물론 환경에 적응하는 개들도 있다. 최근 북한산 국립공원 주변을 무리지어 떠도는 들개도 버려진 유기견들이 산에서 번식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기견 문제는 앞으로 백사마을이 겪어야 할 홍역 가운데 하나다.
백사마을은 60세 이상 고령자들이 홀로 세들어 사는 1인 가구가 대부분이다. 이곳에서 강아지는 도둑을 지키는 고마운 존재다. 산중턱에 걸친 빈집을 지나자 한 집 건너 한곳씩 개짓는 소리가 들렸다. 이들은 고스란히 유기견으로 남을 운명이다.
백사마을처럼 재개발을 앞둔 지역은 전국적으로 부지기수다.
그러나 정부는 유기견 대책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유기견을 생명이 아닌 일종의 '재산'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유기견이라 할지라도 주인이 엄연히 있는 이상 보호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재개발 재건축지역의 유기견 통계는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 관할 지자체에서는 고작 직원 1~2명이 유기견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나마 민원이 들어올 경우에만 포획에 나설 뿐이다.
내년부터 애완동물 및 소유자 정보를 국가 동물등록번호체계 관리시스템에 등록하는 '반려동물등록제'가 의무화된다. 그러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예산 문제도 있다. 2010년 유기동물을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은 연간 102억2600만원에 이른다. 이중 유기견 비용이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보호단체는 "정부가 동물 생명권 차원에서 유기견 문제를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개발 현장마다 구조적이고 집단적으로 발생하는 유기견 문제를 시민과 민간단체의 자선에만 떠넘기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는 얘기다.
심샛별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는 "재개발지역 반려동물이 개발과 동시에 버려지게 될 것을 예상하고도 예방조치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수많은 백사마을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처럼 살처분하는 방식을 버리고 보호소를 만들어 입양을 보내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글·사진 백인성 기자 fxman@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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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이) 돌아다니고 쓰레기 뒤지는 거 보면 마음이 안 좋죠. 눈에 익은 것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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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백사마을의 재개발 계획을 확정하고 올해 말부터 사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2016년 말 완공이 목표다. 재개발을 앞두고 집주인들이 세입자의 계약 연장을 거부하면서 1170여가구 가운데 이미 249곳이 비었다.
버려진 개에게 '반려동물'이라는 단어는 사치다. 마을의 절 두 곳에서 버려진 개를 몇 마리씩 거둬 키우지만 한계가 있다.
활동가 이경자씨(가명)는 "상당수 주인들은 이사하면서 데려가지 못하는 개들을 개농장에 2만~3만원을 받고 식용으로 판다"며 "재개발지역에는 개장수들이 한 달에 한 번 꼴로 찾는다. 절반 이상의 유기견들이 한순간에 사라진다"고 말했다.
일부는 주민들에게 포획당해 관청에 넘겨진다. 노원구 관계자는 "10일간 주인이 찾지 않고 입양조차 받지 못하면 안락사 대상으로 전락한다"고 말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통계를 보면 2010년 집계된 유기견 수는 5만7893마리에 이른다. 이중 네 마리 중 한 마리 꼴로 안락사를 당한다. 살처분 비용도 마리당 10만원에 달한다. 물론 환경에 적응하는 개들도 있다. 최근 북한산 국립공원 주변을 무리지어 떠도는 들개도 버려진 유기견들이 산에서 번식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기견 문제는 앞으로 백사마을이 겪어야 할 홍역 가운데 하나다.
백사마을은 60세 이상 고령자들이 홀로 세들어 사는 1인 가구가 대부분이다. 이곳에서 강아지는 도둑을 지키는 고마운 존재다. 산중턱에 걸친 빈집을 지나자 한 집 건너 한곳씩 개짓는 소리가 들렸다. 이들은 고스란히 유기견으로 남을 운명이다.
백사마을처럼 재개발을 앞둔 지역은 전국적으로 부지기수다.
그러나 정부는 유기견 대책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유기견을 생명이 아닌 일종의 '재산'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유기견이라 할지라도 주인이 엄연히 있는 이상 보호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재개발 재건축지역의 유기견 통계는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 관할 지자체에서는 고작 직원 1~2명이 유기견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나마 민원이 들어올 경우에만 포획에 나설 뿐이다.
내년부터 애완동물 및 소유자 정보를 국가 동물등록번호체계 관리시스템에 등록하는 '반려동물등록제'가 의무화된다. 그러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예산 문제도 있다. 2010년 유기동물을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은 연간 102억2600만원에 이른다. 이중 유기견 비용이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보호단체는 "정부가 동물 생명권 차원에서 유기견 문제를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개발 현장마다 구조적이고 집단적으로 발생하는 유기견 문제를 시민과 민간단체의 자선에만 떠넘기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는 얘기다.
심샛별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는 "재개발지역 반려동물이 개발과 동시에 버려지게 될 것을 예상하고도 예방조치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수많은 백사마을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처럼 살처분하는 방식을 버리고 보호소를 만들어 입양을 보내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글·사진 백인성 기자 fxman@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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