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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영아 유기’ 증가
병원 뒤뜰에 ‘아기상자’ 중세 때 관행 급격 부활 경향신문 최민영 기자 입력 2012.06.26 22:04독일 베를린 교외 발트프리트 병원의 뒤뜰에는 '아기상자'가 있다. 원치 않는 아기를 비밀리에 안전하게 버릴 수 있도록 만든 시설이다.
철로 된 문을 열면 따뜻한 실내에 아기를 감쌀 모포와 마음이 바뀌었을 경우 아기를 되찾을 수 있는 전화번호가 놓여있다.
중세 유럽에서 흔했던 '아기상자' 관행이 지난 10년간 급격히 부활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고 BBC가 25일 전했다. 유럽연합 27개 회원국 중 독일·폴란드·체코 등 11개국에서 약 250개가 운영 중인 이 같은 아기상자에 버려진 영아는 2000년 이후 400명이 넘는다. 프랑스나 네덜란드처럼 익명으로 병원에서 출산한 뒤 아기를 남기고 떠날 수 있거나 영국처럼 영아 유기가 법적 처벌을 받는 국가를 제외하고는 아기상자 도입이 늘고 있다.
찬성론자들은 이 같은 시설을 통해 "신생아 수백명의 목숨을 보호했다"고 주장해왔다. 아기상자가 없었더라면 아기가 차가운 공공장소에 버려지거나 영아 살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스위스에서는 지난해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87%가 "아기상자가 유용하다"고 평가했고, 헝가리는 최근 아기상자 이용을 '합법적 입양 동의'로 간주하도록 법까지 개정했다. 경제난 같은 양육상 어려움으로 아기를 돌볼 수 없는 여성들에게 도움을 주자는 것이다.
유엔이 최근 이 같은 추세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논란은 확산됐다. "부모가 누구인지 확인하고, 돌봄을 받을 아동의 권리가 아기상자로 침해된다"며 유엔아동권리협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아기상자가 악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영국 노팅험대학 심리학자 케빈 브라운은 "헝가리 사례 연구에서 아기상자 이용자는 아기 엄마뿐만 아니라 친척, 포주, 비양심적인 아기 아빠로도 나타났다"면서 "여성 권익 보호에 아기상자가 필요한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이 시설이 유독 구소련권인 동구에 많은 점도 두드러진다. 체제의 적으로 지목된 이들의 자녀를 강제로 빼앗아 국립보육원에 보냈던 공산주의 시대의 문화적 잔재가 남아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구권에서는 낙태를 금지한 가톨릭의 영향 등이 꼽힌다. 독일 기독사회당 소속 유럽의회의원 베른트 포셀은 "수도원에서 운영한 아기상자 운영 사례는 매우 성공적이었다"면서 "극단적 상황에서 태아 또는 영아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 최민영 기자 min@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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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이 최근 이 같은 추세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논란은 확산됐다. "부모가 누구인지 확인하고, 돌봄을 받을 아동의 권리가 아기상자로 침해된다"며 유엔아동권리협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아기상자가 악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영국 노팅험대학 심리학자 케빈 브라운은 "헝가리 사례 연구에서 아기상자 이용자는 아기 엄마뿐만 아니라 친척, 포주, 비양심적인 아기 아빠로도 나타났다"면서 "여성 권익 보호에 아기상자가 필요한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이 시설이 유독 구소련권인 동구에 많은 점도 두드러진다. 체제의 적으로 지목된 이들의 자녀를 강제로 빼앗아 국립보육원에 보냈던 공산주의 시대의 문화적 잔재가 남아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구권에서는 낙태를 금지한 가톨릭의 영향 등이 꼽힌다. 독일 기독사회당 소속 유럽의회의원 베른트 포셀은 "수도원에서 운영한 아기상자 운영 사례는 매우 성공적이었다"면서 "극단적 상황에서 태아 또는 영아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 최민영 기자 min@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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