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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김] 류현진이 ‘팁‘으로만 2천만 원을 내야 하는 이유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3. 1. 25.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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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김] 류현진이 ‘팁‘으로만 2천만 원을 내야 하는 이유

 

 

미국 여행을 오신 손님들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많이 묻는 말은 팁(tip)에 관련 것들이 많다.

"식당에서 팁은 꼭 줘야 하나요?"

"얼마 정도 주면 되나요?"

청구된 금액에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25%까지 팁을 추가로 내야 하는 게 미국 식당 문화이다. 물론 아깝지만 좋은 점도 있다. 팁으로 먹고사는 서빙요원들은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서 (물론 예외는 있다) 친절하고 신속하게 손님들의 요청에 대응한다. 미국에서는 친절함도 결국 공짜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러한 미국의 팁 문화는 메이저리그 클럽하우스에서도 찾을 수 있다.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 테리 프랭코나 전 감독은 새로운 선수가 트레이드로 영입되면 곧바로 선수의 전 소속팀 클럽하우스 요원들에 전화를 한다. 새롭게 영입된 선수에 대한 정보와 성격을 사전에 미리 파악하기 위해서 프랭코나 감독은 전 소속팀 감독이나 코치가 아닌 클럽하우스에서 일하는 '알바생'들에게 전화를 한다는 뜻이다.

'클러비'라고 불리기도 하는 클럽하우스 직원들은 선수들과 아주 친밀하게 지낸다. 클럽하우스 문이 닫힌 이후에도 클럽하우스에서 선수들과 함께 생활하는 이들의 기본적인 임무는 유니폼 빨래와 장비 정리이다. 하지만 선수들과 항상 가깝게 생활하는 클러비들은 선수들의 요청에 따라 개인적인 심부름도 맡아서 해주고는 한다. 자동차 세차는 기본이고 선수가 나이트클럽이나 뮤지컬 티켓이 필요할 때 클러비에게 요청하면 쉽게 해결될 수 있다. 워낙 선수들과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클러비들과 선수와의 관계는 서로의 비밀을 터놓을 정도로 가깝게 형성되기도 한다.

물론 클러비들은 친한 선수들에 대한 충성도가 높고 때론 영혼을 판 것처럼 그들의 모든 심부름을 맡아서 해결해 준다. 하지만 공짜는 없다.

2004년 시즌 뉴욕 메츠에서 활약한 서재응은 그 해 시즌 마지막 날 1만 달러가 넘는 돈을 클러비들에게 나눠줘야 했다. 1년 동안 수고했던 클럽하우스 매니저와 클러비들을 위한 '팁'이었다. 당시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을 받고 있었기에 1만 달러에서 끝낼 수 있었지 고액 연봉자들은 그보다 몇 배가 더 많은 액수를 내야 한다. 같은 해 마이크 피아자는 클러비에게 1억 원이 넘는 고급 스포츠카를 선물하기도 했다.

물론 누구도 강요하지는 않지만 이러한 광경은 메이저리그 클럽하우스의 독특한 문화(?) 중의 하나이다.

올 시즌 기본 연봉이 600만 달러인 류현진 또한 팁 문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만약 클러비들을 외면(?)하면 '짠돌이'로 낙인이 찍힐 것이 확실하다.

그렇다면 왜 2천만 원일까?

물론 2만 달러는 필자가 추정한 액수이다. 더 낼 수도 있고 덜 낼 수도 있다. 물론 그것은 류현진이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2만 달러가 전부 클러비들의 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일단 클럽하우스 사용료가 포함되어 있다. 물론 클럽하우스 공간은 구단이 제공하지만, 클럽하우스 내부에 설치된 각종 오락 시설들과 음식 일부는 구단이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클럽하우스 매니저가 먼저 개인 돈으로 구매한 다음 선수들에게 청구하는 시스템이다.

투수들에게는 클러비들 이외에도 팁을 줘야 하는 도우미들이 있다. 바로 불펜 포수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시즌 내내 캐치볼을 해주고 불펜에서 포수 역할을 해주는 불펜 포수들은 투수들을 위해서 정말 많은 희생을 한다. 투수들은 시즌 중 그들에게 양복을 사주기도 하고 원정을 떠나서는 그들을 잘 챙기는 편이다.

투수들에게 불펜 포수가 있다면 야수들에게는 BP 투수 (배팅볼 투수)가 있다. BP 투수들은 타격 훈련 때 투수 대신 공을 던져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슬럼프에 빠진 선수들을 위해서 24시간대기 하고 있다. 야수들은 시즌이 끝나면 꼭 그들에게 '팁'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

메이저리그 팁 문화를 이해하는데는 조금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클럽하우스에서 이러한 문화가 자리 잡은 지는 오래되었다고 한다. 이제 류현진은 미국에서 집도 구해야하고 세금도 내야 한다. 복잡한 행정적인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LA에서 면허증은 필수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클러비들이 류현진의 자동차 세차는 확실히 해줄 것이다. 물론 2,000만 원을 내야 하지만…….

Twitter - @danielkimW
daniel@dk98grou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