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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 부담·건강 악화에 6년후 빈곤층 될 확률 80%… 두번 우는 女가장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3. 2. 1.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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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 부담·건강 악화에 6년후 빈곤층 될 확률 80%… 두번 우는 女가장

국민일보 | 입력 2013.01.31 18:55 | 수정 2013.01.31 19:11

 

주부 박명자(50)씨는 홀로 두 아이를 키우는 여성 가장이다. 남편은 2000년 의류업에 실패하고 외국에 나간 뒤 아직까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박씨는 나이도 적지 않은 데다 전문기술도 없어 식당일을 하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갔다. 잦은 빈혈에 시달리던 박씨는 점점 건강이 악화되더니 최근 한쪽 눈을 실명했다.

서울에 사는 김진숙(가명·37·여)씨는 초등학생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다. 김씨가 직장에서 사무 보조를 하며 받는 월급은 90만원 수준으로 2인 가구 기준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빈곤계층이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자주 끼니를 거르고 회사까지 한 시간 넘는 거리를 걸어 다닌다. 적은 월급으로 힘들게 아이를 키우다 보니 짜증도 늘었다. 최근 우울증 때문에 정신과를 찾았다. 김씨는 의사에게 "생활비 걱정에 자다가도 숨이 막혀온다. 살아가는 게 고통의 연속"이라고 울면서 토로했다.

이들처럼 홀로 아이를 키워야 하는 여성 가장들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한국보건복지정보개발원이 31일 발표한 '여성 가구주 가구의 사회적 배제 위험 양상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가구주 가정이 1년 만에 빈곤층(연 소득이 중위소득의 60% 이하)에 포함될 확률은 13.1%로 남성 가구주 가정(4.3%)보다 3배 이상 높았다. 6년 후 이들이 빈곤해질 확률은 80.1%(남성 가장은 43.0%)까지 치솟았다. 이 조사는 2006∼2012년 한국 복지패널 조사에 응한 4만3011가구의 자료를 분석해 이뤄졌다.

여성 가장은 남성에 비해 건강이 악화될 확률도 높았다. 조사에 참여한 여성 가장의 14.2%는 관찰 첫 해 건강이 나빠졌다. 남성 가장의 경우는 4.4%에 그쳤다. 6년이 지나면 여성 가장의 65.7%가 건강이 악화돼 남성의 경우(32.0%)와 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또 자기 집이 있던 여성 가장의 72.2%는 6년 후 전·월세 등으로 나와 살았다. 인터넷을 사용하다가 중단할 확률도 관찰 첫 해 여성 가장은 9.2%로 남성 가장(4.3%)보다 배 이상 높았다. 이는 여성 가장에게 안정적인 일자리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여성 가장은 자녀 양육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일용직이나 비정규직을 얻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이혼 여성의 경우 사회적 편견도 사회 활동을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조사를 진행한 김은하 부연구위원은 "여성 가장은 경제활동에 자유롭지 못할 뿐 아니라 사회적 차별도 여전히 남아 있어 빈곤, 건강, 주거, 사회 참여 등에서 배제돼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을 다각적으로 돌볼 수 있는 복지정책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