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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 모호한 대형마트 협력사원 월급, 업체 5곳서 나눠 지급… 마트선 ‘0원’
대형마트 비정규직 사원들이 말하는 노동 실태 경향신문 김한솔·이재덕 기자 입력 2013.02.04 06:07 수정 2013.02.04 06:43
농협하나로마트 협력사원 김정호씨(가명)는 "어느 업체 협력사원이냐"는 취재기자의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김씨가 소속된 업체가 무려 5곳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하나로마트 임직원과의 면접을 통해 입사했다. 그러나 입사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았다. 하나로마트는 140만원이라는 월급 최저선을 정한 뒤 액수에 맞춰 임의로 업체 5개를 배분해줬다. 하나로마트로부터 지급받는 돈은 한 푼도 없다.
■ 계약서 없는 납품업체 협력사원
김씨의 하루는 오전 8시30분, 야채와 과일 상품을 매장에 진열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어 매장 청소를 한 뒤 오전 9시30분 아침조회가 끝나면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된다. 고객 응대는 기본이다. 1차 진열을 마칠 때쯤 새 물건이 입점된다. 점심식사 후에도 같은 업무가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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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3일 협력업체 직원들이 상품을 진열하고 있다. 서로 다른 협력업체에 소속돼 있기 때문에 이들이 두르고 있는 앞치마도 다르다. | 김기남 기자
김씨는 1주일에 2번 이상은 밤 10시까지 일을 한다. 하지만 야간수당이나 추가 수당은 없다. 명절 때면 연휴 내내 늦게까지 일하지만 역시 수당은 없다. 김씨는 각종 행사에도 동원된다. 몇 년 전엔 점포 내 매대 설치 작업에까지 동원됐다.
최수진씨(가명)는 롯데마트에 납품하는 유명 식품업체의 협력사원이다. 최씨는 한 달에 1~2번씩 새벽 3시를 넘겨 퇴근한다. 재고조사 때문이다. 빠진 물품과 잘못된 물품을 체크하는 재고조사는 빨라야 새벽 3시쯤 끝나는 중노동이지만 그에 따른 연장근무수당이나 택시비는 전혀 지급되지 않는다.
■ 일은 정규직, 처우는 아르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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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이마트에서 수급사원으로 3년째 일하고 있는 이경수씨(가명)는 얼마 전 쉬는 시간에 흡연실에서 정규직 사원들 간의 대화를 듣다가 기분이 상했다. 흡연실에서 담배를 피우던 정규직 사원 중 한 명에게 점장이 어느 구역의 업무를 처리하라는 내용의 무전을 보낸 모양이었다. 무전을 받은 사원이 얼굴을 찌푸리자, 옆에 있던 다른 정규직 사원이 말했다. "야, 너 밑에 알바 애 없어? 그냥 빨리 걔 시켜." 이씨는 조용히 흡연실을 나왔다. 이씨는 입점 물건 진열과 판촉 등의 일을 하고 있다. 매장 선반 바꾸기나 명절 행사 준비 역시 이씨의 몫이다. 이씨는 "그냥 정규직 사원들이 하는 일을 똑같이 한다고 보면 된다. 아니 우리가 더 한다"고 말했다. 이씨가 일하는 점포에는 이씨와 같은 수급사원이 100여명 더 있다. 대부분 20대의 젊은층과 퇴직한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다. 이씨는 연장근무수당을 제외하고 인력업체로부터 월 90여만원의 급여를 받는다.
이씨는 수급사원 교육 때 '수급사원은 부서 팀장의 지시를 받고 매장 정리 등의 업무를 하는 것이지 정규직 사원들이 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고 배웠다. 하지만 정규직 사원들의 업무지시는 일상적인 일이었다. 이씨는 "정규직 사원들이 수급사원들을 자기 아랫사람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30분 단위로 쪼개 일하는 계산원들
홈플러스테스코에서 근무하는 양희영씨(가명)는 점포에 10명뿐인 8시간 근무자 중 한 명이다. 양씨가 근무하는 점포에는 25명의 계산원이 있지만 15명은 각각 5.5시간, 6시간, 7.5시간 근무자들이다. 홈플러스는 2008년부터 계산원을 9개 형태로 구분해 운영하고 있다. 손님이 몰리는 시간대를 촘촘하게 쪼개어 시급제인 계산원들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기 위해서다.
■ 대형마트 "우리완 무관한 사람들"
농협하나로마트 등 대형마트 측은 "협력사원 등 파견되는 직원들은 우리와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한다.
농협하나로마트 관계자는 "(김씨처럼) 5개 업체를 위해 일하는 것은 협력사원들이 다섯 개 업체를 묶어서 들어오는 거지 하나로마트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그는 "협력사원에 대한 민원이 발생하면 업체가 아닌 농협하나로마트에 문제 제기를 하기 때문에 우리뿐 아니라 대형마트 어느 업체나 협력사원을 직접 면접을 한 후 뽑게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부당노동 강요에 대해서는 "우리 직원이 아니니 추가 수당은 납품 또는 입점 업체를 통해 받아야 한다"고 해명했다. 신세계 이마트 관계자는 "협력사원에게 목적 외 일을 시키는 것은 불법으로 그러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 김한솔·이재덕 기자 hansol@kyunghyang.com >
신분 모호한 대형마트 협력사원 월급, 업체 5곳서 나눠 지급… 마트선 ‘0원’
대형마트 비정규직 사원들이 말하는 노동 실태 경향신문 김한솔·이재덕 기자 입력 2013.02.04 06:07 수정 2013.02.04 06:43농협하나로마트 협력사원 김정호씨(가명)는 "어느 업체 협력사원이냐"는 취재기자의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김씨가 소속된 업체가 무려 5곳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하나로마트 임직원과의 면접을 통해 입사했다. 그러나 입사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았다. 하나로마트는 140만원이라는 월급 최저선을 정한 뒤 액수에 맞춰 임의로 업체 5개를 배분해줬다. 하나로마트로부터 지급받는 돈은 한 푼도 없다.
■ 계약서 없는 납품업체 협력사원
김씨의 하루는 오전 8시30분, 야채와 과일 상품을 매장에 진열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어 매장 청소를 한 뒤 오전 9시30분 아침조회가 끝나면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된다. 고객 응대는 기본이다. 1차 진열을 마칠 때쯤 새 물건이 입점된다. 점심식사 후에도 같은 업무가 반복된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3일 협력업체 직원들이 상품을 진열하고 있다. 서로 다른 협력업체에 소속돼 있기 때문에 이들이 두르고 있는 앞치마도 다르다. | 김기남 기자
김씨는 1주일에 2번 이상은 밤 10시까지 일을 한다. 하지만 야간수당이나 추가 수당은 없다. 명절 때면 연휴 내내 늦게까지 일하지만 역시 수당은 없다. 김씨는 각종 행사에도 동원된다. 몇 년 전엔 점포 내 매대 설치 작업에까지 동원됐다.
최수진씨(가명)는 롯데마트에 납품하는 유명 식품업체의 협력사원이다. 최씨는 한 달에 1~2번씩 새벽 3시를 넘겨 퇴근한다. 재고조사 때문이다. 빠진 물품과 잘못된 물품을 체크하는 재고조사는 빨라야 새벽 3시쯤 끝나는 중노동이지만 그에 따른 연장근무수당이나 택시비는 전혀 지급되지 않는다.
■ 일은 정규직, 처우는 아르바이트
신세계 이마트에서 수급사원으로 3년째 일하고 있는 이경수씨(가명)는 얼마 전 쉬는 시간에 흡연실에서 정규직 사원들 간의 대화를 듣다가 기분이 상했다. 흡연실에서 담배를 피우던 정규직 사원 중 한 명에게 점장이 어느 구역의 업무를 처리하라는 내용의 무전을 보낸 모양이었다. 무전을 받은 사원이 얼굴을 찌푸리자, 옆에 있던 다른 정규직 사원이 말했다. "야, 너 밑에 알바 애 없어? 그냥 빨리 걔 시켜." 이씨는 조용히 흡연실을 나왔다. 이씨는 입점 물건 진열과 판촉 등의 일을 하고 있다. 매장 선반 바꾸기나 명절 행사 준비 역시 이씨의 몫이다. 이씨는 "그냥 정규직 사원들이 하는 일을 똑같이 한다고 보면 된다. 아니 우리가 더 한다"고 말했다. 이씨가 일하는 점포에는 이씨와 같은 수급사원이 100여명 더 있다. 대부분 20대의 젊은층과 퇴직한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다. 이씨는 연장근무수당을 제외하고 인력업체로부터 월 90여만원의 급여를 받는다.
이씨는 수급사원 교육 때 '수급사원은 부서 팀장의 지시를 받고 매장 정리 등의 업무를 하는 것이지 정규직 사원들이 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고 배웠다. 하지만 정규직 사원들의 업무지시는 일상적인 일이었다. 이씨는 "정규직 사원들이 수급사원들을 자기 아랫사람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30분 단위로 쪼개 일하는 계산원들
홈플러스테스코에서 근무하는 양희영씨(가명)는 점포에 10명뿐인 8시간 근무자 중 한 명이다. 양씨가 근무하는 점포에는 25명의 계산원이 있지만 15명은 각각 5.5시간, 6시간, 7.5시간 근무자들이다. 홈플러스는 2008년부터 계산원을 9개 형태로 구분해 운영하고 있다. 손님이 몰리는 시간대를 촘촘하게 쪼개어 시급제인 계산원들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기 위해서다.
■ 대형마트 "우리완 무관한 사람들"
농협하나로마트 등 대형마트 측은 "협력사원 등 파견되는 직원들은 우리와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한다.
농협하나로마트 관계자는 "(김씨처럼) 5개 업체를 위해 일하는 것은 협력사원들이 다섯 개 업체를 묶어서 들어오는 거지 하나로마트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그는 "협력사원에 대한 민원이 발생하면 업체가 아닌 농협하나로마트에 문제 제기를 하기 때문에 우리뿐 아니라 대형마트 어느 업체나 협력사원을 직접 면접을 한 후 뽑게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부당노동 강요에 대해서는 "우리 직원이 아니니 추가 수당은 납품 또는 입점 업체를 통해 받아야 한다"고 해명했다. 신세계 이마트 관계자는 "협력사원에게 목적 외 일을 시키는 것은 불법으로 그러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 김한솔·이재덕 기자 hansol@kyunghyang.com >
■ 계약서 없는 납품업체 협력사원
김씨의 하루는 오전 8시30분, 야채와 과일 상품을 매장에 진열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어 매장 청소를 한 뒤 오전 9시30분 아침조회가 끝나면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된다. 고객 응대는 기본이다. 1차 진열을 마칠 때쯤 새 물건이 입점된다. 점심식사 후에도 같은 업무가 반복된다.
김씨는 1주일에 2번 이상은 밤 10시까지 일을 한다. 하지만 야간수당이나 추가 수당은 없다. 명절 때면 연휴 내내 늦게까지 일하지만 역시 수당은 없다. 김씨는 각종 행사에도 동원된다. 몇 년 전엔 점포 내 매대 설치 작업에까지 동원됐다.
최수진씨(가명)는 롯데마트에 납품하는 유명 식품업체의 협력사원이다. 최씨는 한 달에 1~2번씩 새벽 3시를 넘겨 퇴근한다. 재고조사 때문이다. 빠진 물품과 잘못된 물품을 체크하는 재고조사는 빨라야 새벽 3시쯤 끝나는 중노동이지만 그에 따른 연장근무수당이나 택시비는 전혀 지급되지 않는다.
■ 일은 정규직, 처우는 아르바이트
이씨는 수급사원 교육 때 '수급사원은 부서 팀장의 지시를 받고 매장 정리 등의 업무를 하는 것이지 정규직 사원들이 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고 배웠다. 하지만 정규직 사원들의 업무지시는 일상적인 일이었다. 이씨는 "정규직 사원들이 수급사원들을 자기 아랫사람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30분 단위로 쪼개 일하는 계산원들
홈플러스테스코에서 근무하는 양희영씨(가명)는 점포에 10명뿐인 8시간 근무자 중 한 명이다. 양씨가 근무하는 점포에는 25명의 계산원이 있지만 15명은 각각 5.5시간, 6시간, 7.5시간 근무자들이다. 홈플러스는 2008년부터 계산원을 9개 형태로 구분해 운영하고 있다. 손님이 몰리는 시간대를 촘촘하게 쪼개어 시급제인 계산원들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기 위해서다.
■ 대형마트 "우리완 무관한 사람들"
농협하나로마트 등 대형마트 측은 "협력사원 등 파견되는 직원들은 우리와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한다.
농협하나로마트 관계자는 "(김씨처럼) 5개 업체를 위해 일하는 것은 협력사원들이 다섯 개 업체를 묶어서 들어오는 거지 하나로마트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그는 "협력사원에 대한 민원이 발생하면 업체가 아닌 농협하나로마트에 문제 제기를 하기 때문에 우리뿐 아니라 대형마트 어느 업체나 협력사원을 직접 면접을 한 후 뽑게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부당노동 강요에 대해서는 "우리 직원이 아니니 추가 수당은 납품 또는 입점 업체를 통해 받아야 한다"고 해명했다. 신세계 이마트 관계자는 "협력사원에게 목적 외 일을 시키는 것은 불법으로 그러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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