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과 편견을 낳은 말⑨나보고 미망인?

그리운 당신에게
여보, 당신이 저와 태희, 태호만 남겨 두고 먼저 가신 지도 어느새 3년이란 시간이 흘렀네요. 아이들에게 자상하고 저에겐 한없이 다정했던 당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사랑과 열정을 전파해 우리 가족뿐 아니라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 받던 당신. 당신이 교통사고로 먼저 떠나고 난 뒤 저는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었어요. 숨쉬기조차 힘든 시간들이 온몸을 짓눌렀고, 고통의 나날은 영원히 이어질 것만 같았어요. 당신도 그곳에서 보고 계셨나요?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던 당신 말이 맞더군요. 시간의 약효란 참으로 공평하게도 눈물이 마른 그 자리에 정확히 ‘망각’의 딱지를 앉혀 주었어요. 이제 당신이 곁에 없어도 밥을 잘 먹고, 잠도 푹 자고, 가끔은 배가 아프도록 웃기도 해요.
아이들이 아빠를 찾을 때, 당신을 향한 그리움이 밀려들 때마다 다짐을 해요. 잘 살아야겠다고. 당신 몫까지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그런데 오늘은 또 주체할 수 없는 자괴감에 빠져들게 되었어요. 당신 기일을 맞아 마련된 추모의 자리에 아이들과 함께 참석한 걸 당신도 보았겠지요.
당신이 많이 생각날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당혹스러운 가운데 떠오를 줄은 몰랐어요. 사회자가 저를 ‘미망인’으로 소개하더군요. 당신의 부고가 실린 신문에서도 그 단어를 접했지요. 사회자의 말에 태호가 묻더군요. “엄마, 미망인이 뭐야? 왜 엄마한테 미망인이래?” 갑작스러운 질문에 말문이 막힌 저는 헛기침을 몇 번 했지요. 그러고는 “응, 태호야. 아빠는 우리 맘속엔 같이 있지만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시잖니. ‘미망인’은 엄마처럼 남편을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 보낸 여자를 가리키는 말이야.” 태호에겐 그렇게 얘기했지만, 미망인未亡人, 그 말을 듣고 ‘아직 따라 죽지 못한 사람’이란 글자 그대로의 말뜻을 생각하니 당신의 부재로 텅 비어버린 가슴에서 다시 아픔이 느껴지더군요. 미안해요, 여보. 못난 행동인 줄 알지만, 눈물을 보이더라도 오늘 하루만 눈감아 줘요. 내일부턴 다시 웃을게요. 그곳에선 부디 건강하세요.
-당신을 잊지 못하는 당신의 아내
미망인未亡人: 아직 따라 죽지 못한 사람이란 뜻으로, 남편이 죽고 홀로 남은 여자를 이르는 말. 이 말은 본래 남편과 사별한 여인이 스스로 자신을 낮추어 이르던 일인칭 대명사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뜻이 바뀌어 남편과 사별한 여자를 가리키는 일반 명사로도 쓰입니다. 과거에는 남편을 따라 죽음을 택하는 것이 지조 있는 행동으로 여겨졌는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이런 잣대로 남편과 사별한 부인의 지조를 평가하지 않지요. 게다가 본인이 스스로를 낮추어 ‘미망인’이라 하는 것도 아니고, 남이 ‘미망인’이라고 하는 것은 당사자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습니다. 부인을 잃은 남자에게는 ‘미망인’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미망인’에는 여성을 남성에게 종속된 존재로 바라보는 시각이 담겨 있습니다. 당사자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으므로 가려 쓰는 것이 좋겠습니다.
출처_<이런 말에 그런 뜻이?>국립국어원, 한국어문기자협회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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