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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허승호]“김장은 나눔”
기사입력 2013-12-07 03:00:00 기사수정 2013-12-07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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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사할린의 한인 동포는 약 3만 명으로 구성이 다양하다. 일제강점기 때 끌려온 ‘화태치’가 가장 많고 스탈린 통치 시절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당했다가 돌아온 ‘큰땅뱅이’, 북한에서 벌목장이나 광산에 일하러 왔다가 눌러앉은 ‘북선치’가 뒤를 잇는다. 남한 또는 북한 국적 거주자, 중국 조선족도 섞여 있다. “이름을 러시아식으로 바꾸고 우리말도 잊었지만 이들을 하나로 이어주고 정체성을 대변하는 것은 김치와 김장”이라고 한다. 일본 국립민족학박물관 소속 아사쿠라 도시오 교수의 논문 ‘사할린의 김치에 대한 고찰’ 내용이다.
▷지금 기자의 집에 있는 김치도 출신지가 각각이다. 어머니, 장모님, 처제가 김장한 후 몇 포기씩 보내준 것이다. 덕분에 짭짤한 경상도식, 국물이 넉넉하고 시원한 황해도식, 쓱쓱 비벼 담근 충청도식 김치를 고루 즐기고 있다. 조기 갈치를 듬뿍 넣은 것도 있다.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등재된 것은 김치가 아니라 ‘김장, 한국에서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다.
▷예로부터 김장은 겨울철 4∼5개월의 먹거리를 준비하는 큰일이었다. 이 때문에 친인척이나 이웃이 모여서 김장을 했고 나눠 먹었다. 해마다 이맘때면 곳곳에서 소외계층을 위한 김장 행사가 열린다. 김장 특유의 나눔 전통에 맥이 닿아 있다. 유네스코는 김장문화를 이렇게 요약했다. “한국인의 일상에서 세대를 거쳐 내려온 김장은 이웃 간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고 연대감과 정체성, 소속감을 증대시킨 매개체다.” 김장만 아니라 마음까지 나눈다면 엄동(嚴冬)도 춥지만은 않으리라.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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