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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과 바다, 기암절벽이 어우러진 사량도 산행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3. 12. 12.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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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과 바다, 기암절벽이 어우러진 사량도 산행

오마이뉴스 | 입력 2013.12.11 11:21

 

[오마이뉴스 변종만 기자]

경남 사천시의 삼천포항이나 고성군의 상족암, 통영으로 가는 해안도로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바로 앞에 있는 섬이 사량도다. 사량도는 육지와 가까운 섬이어서 교통편이 좋다. 여기에 섬의 지리산, 불모산, 칠현산은 조망이 좋아 산행하는 내내 주변의 바다풍경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그래서 외지인들이 많이 찾는, 특히 섬 산행 좋아하는 사람들이 최고로 치는 여행지다.

지난 11월 30일, 청주토요산악회원들과 사량도로 섬 산행을 다녀왔다. 오전 7시에 출발한 관광버스 세 대가 통영대전고속도로 인삼랜드휴게소와 산청휴게소를 거쳐 삼천포의 유람선선착장에 도착한다.

내지마을까지

ⓒ 변종만

유람선 2대에 나눠타자 출항을 알리는 뱃고동을 울린다. 바다 위에 길게 무지개를 만든 창선대교, 삼천포항과 노산공원, 남일대해수욕장과 리조트, 높은 굴뚝에서 연기를 내뿜고 있는 삼천포화력발전소, 물살을 가르며 부지런히 오가는 고깃배들이 만든 풍경이 여유롭다. 먼발치로 보이는 고성의 상족암과 공룡엑스포장도 새로운 풍경이다.

사량도는 남해군 창선도와 통영시 미륵도의 중간 쯤에 위치한 섬으로 통영시에 속하지만 삼천포나 고성에서 가까운 한려해상국립공원이다. 상도(윗섬), 하도(아랫섬), 수우도로 나뉘는데 상도와 하도는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인구가 많은 상도는 지리산과 옥녀봉, 면적이 넓은 하도는 칠현산이 대표적이다.

사량도라는 이름은 섬이 꼭 긴 뱀처럼 생겨 붙여졌다. 실제로 섬에 뱀이 많다고 한다. 거주하는 주민이 많고, 등산과 낚시를 즐기려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와 섬에 항상 활기가 넘친다. 여행 목적에 따라 찾는 곳도 다르다. 등산과 해수욕을 하려면 상도, 낚시를 하려면 하도를 찾는 게 좋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뱃전으로 다가왔다 사라지는 풍경들을 감상하다 보니 40여 분 거리의 사량도가 바로 눈앞이다. 상도를 산행하기 위한 여객선은 출발지에 따라 면사무소가 있는 금평항이나 대항과 옥동을 이용하지만 유람선은 내지, 대항, 옥동, 돈지 등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사량도의 산줄기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10시 30분께 유람선이 작은 어촌마을 내지항으로 천천히 들어선다.

내지마을에서 돈지마을 산행 합류 삼거리까지

ⓒ 변종만

상도의 지리산(398m), 달바위(400m), 가마봉(303m), 옥녀봉(261m)으로 이어지는 산행코스는 약 7km 거리여서 5시간 정도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멋진 바위 봉우리와 깎아지는 절벽, 그 사이로 이어지는 철계단과 현수교, 산 아래로 보이는 다랭이 논과 작은 포구, 능선 좌우로 펼쳐지는 남해의 푸른 바다와 바다 건너편으로 보이는 작은 섬들이 등산객을 산 위로 불러 모은다.

날씨 화창하고, 하늘과 바다 색깔은 푸르러 그냥 기분이 좋은 날이다. 포구 주변의 풍경과 등산 안내도를 살펴본 후 산행을 시작한다. 오른쪽 돈지리 방향으로 아스팔트길을 걸으면 리본이 많이 붙어있는 곳이 내지에서 지리산을 오르는 등산로 초입이다. 바다를 뒤로하고 산길로 접어들면 초입부터 오르막길이 한참 이어져 땀을 많이 흘린다.

산마루에 올라서면 앞으로 산행을 할 들쭉날쭉한 산줄기가 이어지고 발 아래로 푸른 바다와 흰색 양식장, 바닷가 마을과 수우도가 나타난다. 삼천포의 창선대교와 화력발전소도 가깝게 보인다. 높이가 200~400m에 불과한 산이지만 산행 코스와 암릉미가 육지의 높은 산에 전혀 뒤지지 않다는 것을 이곳에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돈지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한 사람들과 만나는 삼거리의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도 멋지다. 산행로 오른쪽으로 돈지항이 내려다보인다.

지리산 정상까지

ⓒ 변종만

지리산 정상 풍경

ⓒ 변종만

사량도에서의 산행은 등반 내내 산줄기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올 만큼 풍광이 좋다. 다소 험해도 능선으로 이어진 산줄기 때문에 신선이 된 기분이다. 위험한 곳은 우회로를 이용할 수 있지만 좋은 구경거리는 능선에 올라야 보인다.

어느 산이든 만만하게 보면 사고가 난다. 조심조심 능선을 걷다보면 지리산 정상에 도착한다. 지리산은 날씨가 맑으면 하동방향의 지리산이 보이는 지리망산으로 국립공원 지리산과 구별하기 위하여 사량도 지리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지리산은 높이가 비슷한 불모산과 함께 정상의 조망이 뛰어나다.

간이매점까지

ⓒ 변종만

촛대바위를 지난 후 능선을 따라 달바위 방향으로 간다. 지리산에서 1.1km 거리에 내지마을과 옥동마을에서 올라오는 산길이 만나는 안부사거리가 있다. 이곳에서 막걸리를 파는 간이매점을 만나는데 꽁지머리 아저씨가 꽹과리, 북, 징을 치며 등산의 피로를 풀어준다.

달바위까지

ⓒ 변종만

왜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부지런히 여행을 다니라고 할까. 월암봉을 지나며 가파른 칼날능선이 이어진다. 사량도 산행은 능선으로 종주산행을 해야 제 맛이 난다. 물론 신체 건강한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다.

불모산 정상인 달바위는 아찔한 절벽으로 이뤄져 우회로를 택해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많다. 달바위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과 짜릿한 스릴은 이곳에 오른 사람만 안다. 이곳에서 가마봉, 옥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설악산의 공룡능선을 빼닮았을 만큼 사량도 산행을 대표한다.

가마봉까지

ⓒ 변종만

현수교 건너 옥녀봉까지

ⓒ 변종만

달바위에서 가마봉을 거쳐 옥녀봉에 이르는 종주 코스는 수직으로 된 철계단을 오르내리고 현수교를 건너야 한다. 가마봉과 옥녀봉은 쌍둥이처럼 마주보고 있다. 가마봉에서 옥녀봉에 이르는 능선은 사량도 산행에서 등산의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코스다.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경관을 만끽하는데 어떻게 동네 뒷산 가는 기분으로 오르내릴 수 있겠는가.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인간이 만든 구조물들이 군대의 유격 코스처럼 산행의 재미를 더해준다. 가끔 뒤돌아서 지나온 길을 바라보면 색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산세와 경관이 빼어난 향봉과 연지봉 2개 구간에 설치된 총 61m의 현수교(출렁다리)가 명물이다. 바다와 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현수교 위에서 바라본 자연경관이 일품이다. 상도의 대하마을과 앞바다, 하도의 덕동마을과 칠현산 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추억을 담는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다.

옥녀봉은 옥녀의 한이 남아 있는 곳이라 부녀자나 체력이 약한 사람들은 사고가 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사량도를 대표하는 산이 지리산이라면 옥녀봉은 불모산보다 낮지만 애달픈 전설 때문에 더 유명해진 산이다.

아득한 옛날 사량도에 옥녀와 아버지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빼어난 옥녀의 미색에 아버지마저 욕심을 품게 되었다. 어느 날, 이성을 잃은 아버지가 딸에게 덤벼들었다. 아버지의 간절한 청을 들어줄 수 없자 옥녀는 '사람의 탈을 쓰고 어찌 그런 짓을 할 수 있느냐. 소 울음소리를 내며 기어오르면 짐승으로 생각하고 몸을 허락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산봉우리로 올라갔다. 이미 짐승이 된 아비는 소 울음소리를 내며 산봉우리까지 기어올랐고, 그 모습을 본 옥녀는 바다에 몸을 던져 죽었다. 그때부터 이 봉우리를 옥녀봉이라 한다.

삼천포 유람선 선착장까지

ⓒ 변종만

섬과 바다, 기암절벽이 어우러진 산행을 마치고 대항마을로 간다. 포구에서 바라보면 마을 뒤편으로 현수교와 기암절벽이 가깝게 보인다. 4시 10분 유람선이 삼천포를 향해 출항한다. 사량도에 있는 포구들은 길게 이어진 산줄기가 감싸고 있어 포근하게 느껴진다. 뱃전에서 산행의 진가를 보여준 사량도가 멀리 사라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유람선이 왔던 길을 따라 부지런히 달려도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사량도가 눈앞에 있다. 늘 그렇듯 배위에서 바라보는 석양이 예쁘다. 5시 10분께 유람선 선착장에 도착한 후 가까이에 있는 삼천포항으로 이동해 아내와 회를 먹고, 손수레로 건어물을 파는 아주머니들과 흥정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오후 6시 50분께 청주로 향한 관광버스가 통영대전고속도로 덕유산휴게소를 거치며 초고속으로 달린다. 관광버스 기사님이 빨리 집에 도착하고 싶은 회원들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 '추억과 낭만 찾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