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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우리 속담20 정성이 지극하면 동지섣달에도 꽃이 핀다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3. 12. 2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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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우리 속담20  정성이 지극하면 동지섣달에도 꽃이 핀다

 

 

재미있는 우리 속담 20 기적을 만드는 건 사람의 체온 정성이 지극하면 동지섣달에도 꽃이 핀다
 

해마다 겨울철에 나오는 소식이긴 합니다만, 올해는 유난히 춥고 눈도 많을 것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해가 갈수록 자연의 질서가 점점 더 심하게 뒤엉켜 기후 변화가 극심해지는 모양입니다. 가난한 살림 살기는 겨울보다는 여름이 낫다는데 올겨울 추위와 눈보라가 고단한 이웃들의 삶에 생채기를 내지나 않을지 걱정입니다.

 

도시의 살림살이에는 추위가 걱정입니다만, 농사일에는 춥지 않은 겨울도 걱정거리라고 합니다. 우리 속담에 ‘동짓날이 추워야 풍년이 든다’는 말도 있고 ‘동지섣달 눈 많으면 보리농사 풍년 든다’는 말도 있습니다. 또 ‘동지섣달에 북풍이 불면 병충해가 적다’는 옛말도 있지요. 자연의 이치라는 것이 다 이유가 있는 것이라서, 겨울에 춥고 눈도 제법 와야 여름철 햇볕과 강우도 생명이 자라기에 딱 적당한 양으로 조절이 된다고 하네요. 옛 사람들은 세상일이 다 서로 얽혀 있음을 지혜롭게 깨달아서 겨울의 일로 미루어 다음 해 봄이나 여름의 일을 짐작하고, 또 여름의 일을 미루어 겨울의 일을 짐작하곤 했나 봅니다. ‘오뉴월 하루 놀면 동지섣달 열흘 굶는다’는 속담도 그래서 생긴 말이겠지요.

 

추울 만큼 추워야 봄도 오고 꽃도 피는 법입니다. 헤쳐 가기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우리는 이 일을 피할 생각만 하게 됩니다. 때론 어떻게든 견뎌 내는 대신 이 어려움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지요. 그러나 어떤 일이든지 피하거나 빨리 지나갈 방법은 없는 듯합니다. 그저 모든 일이 그 일만큼의 어떤 몫을 감당하고 그만큼의 시간을 견뎌 내야 지나가는 것 같아요. 동지섣달이 추워야 그만큼 다음 해 봄이 따스한 것과 같은 이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겨울이 춥지 않기를 바라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겠지요?

 

그래도 몰아치는 북풍한설이 매섭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이 추위를 여러분은 무엇으로 견디시겠습니까? 더구나 이 추운 겨울밤은 언제 날이 샐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길기만 합니다. 외롭고 쓸쓸한 사람에게는 더욱 고달픈 밤이지요. 동지는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고 해가 가장 짧은 날입니다.

그래서 ‘동지섣달 해는 노루 꼬리만 하다’는 속담도 있습니다. 문득 ‘오뉴월 긴긴 낮에 점심 굶고는 살아도 동지섣달 긴긴 밤에 임 없이는 못 산다’는 옛말이 떠오르네요. 역시 추위를 이기고 한밤의 쓸쓸함을 달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의 체온’인 걸까요?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 주소
  <밀양 아리랑>

 

임이 나를 보기를 ‘동지섣달 꽃 본 듯이’ 한다는 건 어떤 걸까요? 동지섣달 엄동설한에 천지 사방 어디에 꽃이 있겠습니까? 있을 수 없는 것을 있게 하고 볼 수 없는 것을 보게 하는 것이 사람의 힘인가 봅니다. 동지섣달 꽃을 본다면 그것은 아마도 기적일 겁니다. 그러니 동지섣달 꽃을 보듯이 내 님을 보는 것은 세상에서 마주할 수 없는 기적을 만난 듯이 놀랍고 흥분된 마음이겠지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와 같은 마음으로 나를 봐 주기만 한다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성이 지극하면 동지섣달에도 꽃이 핀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쩌면 그런 기적을 만드는 건 사람의 정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람 관계만큼 정성을 들여야 하는 일이 또 있을까요? 추운 겨울밤 따스하게 체온을 나눌 누군가가 필요하다면 ‘동지섣달 꽃이 피고’, ‘돌 위에도 꽃이 필’ 만큼의 정성을 기울여 보시기 바랍니다. 곁에 있다고 다 체온을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족과 함께 살아도, 부부가 한 이부자리에 누워 있어도 추위를 가시게 할 따스한 온기를 나누어 갖지 못할 수 있습니다. 정성이 없다면, 관계도 없습니다.



 
 

글_김영희
경기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구비 문학을 전공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다. <비극적 구전 서사의 연행과 '여성의 죄'>, <한국 구전 서사 속 여성 섹슈얼리티에 대한 신경증 탐색>, <한국 구전 서사 속 '부친살해' 모티프의 역방향 변용 탐색> 등의 논문과 <구전 이야기의 현장>, <숲골마을의 구전 문화> 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