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상연맹이 '금메달' 안현수를 걷어찬 진짜 이유는?
[이슈 인사이트] 국익보다 파벌 이익 중시하는 '트라이벌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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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이 한국에 복수하며 러시아에 금메달을 안겼다"(Victor An gains revenge against South Korea, wins gold medal for Russia)
지난 15일(현지시간) 야후 캐나다 스포츠가 게재한 기사 제목이다.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경기에서 러시아 대표 안현수가 압도적인 실력을 선보이며 금메달을 따낸 직후였다. 이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 신다운은 실격 처리됐다.
매체는 "러시아가 안현수를 데려오기 위해 얼마나 썼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게 얼마였든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전했다. 안현수는 여전히 '쇼트트랙의 황제'였고, 우리나라는 그런 '황제'를 발로 걷어차 러시아로 보냈다.
경기 직후부터 16일 오전까지 온라인에는 대한빙상경기연맹을 성토하는 글들이 쇄도하고, 빙상연맹 홈페이지는 접속 폭주로 마비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3일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합동 업무보고에서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 선수를 언급하며 "안 선수의 문제가 파벌주의, 줄 세우기, 심판부정 등 체육계 저변에 깔린 부조리와 구조적 난맥상에 의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빙상연맹을 겨냥했다.
실제로 안현수의 아버지 안기원씨는 지난 14일 SBS 라디오에 출연, "빙상연맹의 모든 행정을 한 사람이 독점해 진행하다 보니 여러 문제 있는 코치들도 선임되고 민주적 결정이 내려지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안기원씨는 지난달 15일 CBS 라디오에서도 "성추문 전력이 있는 코치가 소치올림픽 대표팀 코치로 발탁된 것은 한국체육대 지도교수이자 (빙상)연맹의 고위 임원으로 있는 사람의 묵인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연맹에서는 이분의 말씀이면 문제가 있어도 모든 것이 다 승인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한체대 출신인 안현수가 이 한체대 교수인 연맹 임원과의 관계가 악화되며 이 임원의 측근들로부터 갖은 불이익을 받은 것도 귀화의 이유 가운데 하나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빙상연맹이 국가대표 선수들의 국제대회 성적과 파벌의 이익 가운데 어느 쪽을 더욱 중시했는지는 이번 소치올림픽 쇼트트랙에서의 한국 대표팀의 부진한 성적이 말해준다.
미 국가정보국 출신으로 현재 컨설팅기업 '헤즐타인 파트너스'를 이끌고 있는 에릭 헤즐타인 박사는 "미국이 2001년 9.11 테러를 못 막은 것은 미 정보당국들이 생각이 같은 사람들끼리 뭉치고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잘 듣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부족주의', 즉 '트라이벌리즘'(Tribalism)의 문제를 지적했다.
'트라이벌리즘'은 이해관계가 같은 집단, 즉 부족(Tribe)을 중심으로 세력을 형성해 자신들의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때문에 종종 특정 집단의 이익 때문에 '국익'과 같은 상위 가치가 희생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세계적인 전쟁사학자 존 키건(John Keegan)은 저서 '세계전쟁사'를 통해 국익에 가장 충실해야 할 군인들마저 '트라이벌리즘'에 빠져있다며 그 심각성을 지적한 바 있다. 키건은 "영국 군대에서 자신들의 연대의 가치를 훼손하는 말은 절대로 입 밖에 낼 수 없다"며 "그들의 행동의 동기는 계급장이나 돈이 아니라 오직 부대 내에서의 평판과 신임"이라고 강조했다.
집단이 최대 150∼200명에 불과한 부족이던 신석기 시대에 조직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트라이벌리즘'이 이제는 조직의 생존과 발전을 위협하고 있다. 진짜 문제는 이것이 비단 빙상연맹 만의 일은 아니라는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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