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읽고 -수필

외도 / 오명선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4. 7. 5.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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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


오명선

 

 

섬을 만나러 홀로 집을 나선다
오랜만의 외박이다


배낭에 담긴 설렘은 자꾸 부풀어 오르고
바람마저 푸르다


뱃길에서 만난
기암괴석의 절벽은 천년송과 눈이 맞아 바람을 버틴다
파도는 철썩 병풍바위 미륵바위와 찰떡궁합이고
수평선은 물새와 가마우지들의 울음소리만 먹고도 배가 부르다


선샤인 스파리티움…마호니아 희귀식물들과 사랑에 빠진 남도
문을 열고 들어선다
낯익은 동백 대나무 후박나무는 동박새 물총새에게 넘겨주고
처음 보는 이국의 낯선 얼굴들과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화끈한 열애


바람둥이의 기본메뉴는 원 나잇이라는데,


외도는
하룻밤의 외도도 용납하지 않는다

 

     


―시집『오후를 견디는 법』(한국문연,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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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도를 하고 싶으시면 외도로 한번 가보시기를

 

 

   외도가 어디일까. 여행을 많이 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모르는 여행지가 많다. 도가 붙어 있으니 섬일 테고.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니 외도는 개인 사유지로서 해상공원으로 꾸며놓았다고 한다. 거제도에서 배타고 20분 정도 들어가는데 사진으로 보니 여기가 남국의 어느 섬 하나를 옮겨놓은 것 같다. 외래종의 화려한 꽃들과 기기묘묘한 나무들이 마치 마법의 섬, 요술나라나 동화의 나라처럼 꾸며놓아 지상의 낙원처럼 보이기도 한다.


   남쪽의 한적한 어촌의 한 귀퉁이를 생각하면서 찾아본 것이었는데 사진 찍을 것도 많고 볼 것도 많아 좀 오래 있고 싶지만 두 시간의 시간 밖에 주지 않는다고 한다. 애들이 어리면 나들이 삼아 다녀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단장해놓은 보도를 느긋하게 걸으며 탁 트인 바다와 함께 이국의 정취를 느껴 보면서 애들에게는 또 다른 꿈과 환상을 심어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시 속의 화자는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것보다 혼자서 영화를 보는 것보다 혼자 가면 더 외로울 것 같은 섬 외도를 만나러 푸른 바람을 가방에 담고 부풀어오르는 설렘임으로 오랜만에 홀로 나섰다고 한다. 섬 그늘이 주는 낯선 정취와 풍경은 여행으로 얻을 수 있는 덤이나 우수리 같은 것. 그러나 단 하룻밤의 외도로 내 마음의 충족까지 다 담아올 수 있을까. 바람둥이의 기본메뉴는 '원나잇' 이라고 자위를 해보지만 '온리'까지 만족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어느 고관이 고승을 만나러 절로 찾아갔다가 스님은 출타 중이시라 돌아가려는데 마당에 잡초가 우북한 것이 눈의 띄었다고 한다. 섭섭한 마음에 마침 데리고 간 아랫사람들을 시켜 말끔히 제거를 해주고 돌아갔다고 한다. 뒤늦게 돌아와 풀이 다 깎이어 나간 것을 본 스님은 나 이제 가을의 풀벌레소리를 어디에서 들을 수 있을까 하면서 달가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림처럼 환상적으로 인공으로 잘 가꾸어놓은 섬 외도는 마당에 잡초가 무성하더라도 뽑아버리고 싶지 않는 내 게으른 취향의 섬은 아니지만 그래도 외따로울 때는 이국 같은 남극의 섬 외도로 외도 아닌 외도를 한번 해보고 싶기도 하다. 이 시를 읽고 외도로 외도하고 싶은 생각은 안 드시는지. 시 속의 화자처럼 하룻밤 외도로 외도 한번 해보시는 것은 어떠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