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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도, 이별도, 사과도 대행해드립니다.. 대행업체 서비스 백태
교육연수도 대신 참석… 사과 대행비용 15만원
‘감정 대리’업종 인기… “물질만능 확산 씁쓸”경향신문 박용하 기자 입력 2015.01.27 22:22 수정 2015.01.27 23:04
"업무상 실수로 고객과 마찰이 생겼는데 직접 사과하려니 복잡하더라고요. 그래서 대행을 신청했는데 만족합니다. 저 대신 (고객으로부터) 싫은 소리 듣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역할대행 업체인 ㄱ사 홈페이지(사진)를 통해 고객에게 '대리 사과'를 한 회사원이 업체의 이용후기 게시판에 남긴 글이다. ㄱ사는 2010년 문을 연 뒤 결혼식 주례, 하객 대행 등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객이 요구하는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자존심을 지키고 싶어 하는 의뢰인을 위해 대신 사과하고, 사법처리되지 않는 선에서 누명도 대신 써 준다. 학교폭력 피해자의 부모를 대신해 등·하굣길을 동행하기도 한다.
내밀한 인간적 감정의 영역인 사과와 감사, 사랑과 이별의 영역까지 서비스 상품이 되고 있다. 예전 같으면 도저히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다.
영역 확장이 가장 두드러진 건 역할대행 업체들이다. 다수의 역할대행 업체가 ㄱ사와 유사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연인 간의 사과부터 이별 통보, 전문직의 교육 연수 참석까지 돈을 받고 대행한다. 사과 대행 비용은 전화로 3만원, 대면접촉은 15만원 정도다. 교육 연수 대행은 3시간에 15만원가량이다. 만만치 않은 가격이지만 수요는 꾸준하다. 올해 들어 ㄱ사 홈페이지는 대행서비스 문의 글이 하루 1~2건씩, 총 34건 올라왔다.
'효도'도 서비스 상품의 영역에 들어섰다. ㄴ업체는 지난해 5월부터 '효도선물 대행' 서비스를 시작했다. 특정비용을 내면 의뢰자의 부모들에게 간식 등 선물과 안부메시지를 주기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안부메시지는 의뢰자가 보내온 내용에 살을 붙여서 하도록 돼 있지만, '알아서 써달라'는 고객이 많다. ㄴ업체 관계자는 27일 "입소문을 타고 현재까지 500여건 수임했다"며 "대리효도라고 생각해 우려할 수도 있겠지만, 감사의 마음을 꾸준히 갚아주는 서비스라 생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비스업 영역 확장이 물질만능주의를 확산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북대 사회학과 설동훈 교수는 "과거 대행서비스는 돈이 많거나 범죄 등 목적에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주 고객이었지만, 이제 일반 대중의 모든 생활 영역으로 확산됐다"고 말했다.
설 교수는 "최근 일자리 부족도 심해지니 창업 회사들도 돈이 개입되지 않던 분야를 신종 서비스를 만드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며 "인간의 정(情)적인 부분까지 사고팔다 가치를 훼손시키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역할대행 업체인 ㄱ사 홈페이지(사진)를 통해 고객에게 '대리 사과'를 한 회사원이 업체의 이용후기 게시판에 남긴 글이다. ㄱ사는 2010년 문을 연 뒤 결혼식 주례, 하객 대행 등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객이 요구하는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자존심을 지키고 싶어 하는 의뢰인을 위해 대신 사과하고, 사법처리되지 않는 선에서 누명도 대신 써 준다. 학교폭력 피해자의 부모를 대신해 등·하굣길을 동행하기도 한다.
내밀한 인간적 감정의 영역인 사과와 감사, 사랑과 이별의 영역까지 서비스 상품이 되고 있다. 예전 같으면 도저히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다.
'효도'도 서비스 상품의 영역에 들어섰다. ㄴ업체는 지난해 5월부터 '효도선물 대행' 서비스를 시작했다. 특정비용을 내면 의뢰자의 부모들에게 간식 등 선물과 안부메시지를 주기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안부메시지는 의뢰자가 보내온 내용에 살을 붙여서 하도록 돼 있지만, '알아서 써달라'는 고객이 많다. ㄴ업체 관계자는 27일 "입소문을 타고 현재까지 500여건 수임했다"며 "대리효도라고 생각해 우려할 수도 있겠지만, 감사의 마음을 꾸준히 갚아주는 서비스라 생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비스업 영역 확장이 물질만능주의를 확산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북대 사회학과 설동훈 교수는 "과거 대행서비스는 돈이 많거나 범죄 등 목적에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주 고객이었지만, 이제 일반 대중의 모든 생활 영역으로 확산됐다"고 말했다.
설 교수는 "최근 일자리 부족도 심해지니 창업 회사들도 돈이 개입되지 않던 분야를 신종 서비스를 만드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며 "인간의 정(情)적인 부분까지 사고팔다 가치를 훼손시키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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