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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날 전화를 하겠다고 했지요/이규리 -- 카톡 - 좋은 시 25
꽃피는 날 전화를 하겠다고 했지요.
꽃피는 날은 여러 날인데 어느 날의 꽃이 가장 꽃다운지
헤아리다가
어영부영 놓치고 말았어요
산수유 피면 산수유 놓치고
나비꽃 피면 나비꽃 놓치고
꼭 그날을 마련하려다 풍선을 놓치고 햇볕을 놓치고
아,
전화를 하기도 전에 덜컥 당신이 세상을 뜨셨지요
모든 꽃이 다 피어나서 나를 때렸어요
죄송해요
꼭 그날이란 게 어디 있겠어요
그냥 전화를 하면 그날이 되는 것을요
꽃은 순간 절정도 순간 우리 목숨 그런 것인데
차일피일, 내 생이 이 모양으로 흘러온 것 아니겠어요
그날이란 사실 있지도 않은 날이라는 듯
부음은 당신이 먼저 하신 전화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당신이 이미 꽃이라,
당신 떠나시던 날이 꽃피는 날이란 걸 나만 몰랐어요
ㅡ시집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문학동네,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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