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조병화/ 낭송 이혜정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당신이 무작정 좋았습니다.
서러운 까닭이 아니올시다.
외로운 까닭이 아니올시다.
사나운 거리에서 모조리 부스러진
나의 작은 감정들이
소중한 당신 가슴에 안겨들은 것입니다.
밤이 있어야 했습니다.
밤은 약한 사람들의 최대의 행복
제한된 행복을 위하여
밤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눈치를 보면서
눈치를 보면서 걸어야 하는 거리
연애도 없이 비극만 깔린 이 아스팔트
어느 잎파리 아스라진 가로수에 기대어
별들 아래 당신의 검은 머리카락이
있어야 했습니다.
나보다 앞선 벗들이
인생은 걷잡을 수 없이 허무한 것이라고
말을 두고 돌아들 갔습니다.
벗들의 말을 믿지 않기 위하여 나는
온 생명을 바치고 노력을 했습니다.
인생을 걷잡을 수 없이 허무하다 하더라도
나는 당신을 믿고
당신과 같이 나를 믿어야 했습니다.
살아 있는 것이 하나의 최후와 같이
당신의 소중한 가슴에 안겨야 했습니다.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ㅡ제30 시집『추억』(자유문학사, 1987 초판)
―안도현 외『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이가출판사, 1900)
'<시 읽기·우리말·문학자료> > 그림♠음악♠낭송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별/구석본 (0) | 2015.03.07 |
---|---|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82>춘신(春信) / 유치환 (0) | 2015.03.06 |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81>그래도 살아야 할 이유 / 신현림 (0) | 2015.03.04 |
[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380>꽃 보자기 / 이준관 (0) | 2015.03.02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나의 사랑이 부족하여/김윤희 (0) | 2015.0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