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브 H. 하우게, 「큰 집은 춥다」
큰 집은 춥다.
가을에 그걸 알았다.
첫 눈송이들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서리 아래 땅이 굳어가는 때.
그러자 적막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내 외로움이.
지붕은 삐걱대는 소리로 가득하고
언 숲의 도끼 소리 날카롭게 짖는다.
나의 숲은
외로움의 숲 속에 있는 숲,
나의 산은
외로움의 산 속에 있는 산,
그리고 낮은
외로움의 밤 속에 있는 한 점 반짝임.
한참 만에 마주치는 사람과 짐승,
소나무 바늘과 잔가지를 갖고 어둔 그늘을 어슬렁거리다
서리 위로 발자국을 남기는 그들은,
외로움의 꿈속에 그림자 진 흐린 빛.
▶ 시 _ 올라브 H. 하우게 – 올라브 H. 하우게(1908~1994)는 노르웨이 울빅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살며, 독학으로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을 익혔다. 평생 전문 정원사로 일하며, 고향을 떠난 본 적이 없다. 시집으로 『재 안의 불씨』 등이 있다. 20세기 노르웨이의 국민 시인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 낭송_ 정성익 – 배우. 연극 「미친극」, 「밤비 내리는 영동교」 등에 출연.
배달하며
시골에 살아본 사람은 큰 집이 춥다는 것쯤이야 누구나 다 알지요. 첫 눈송이 떨어지고 서리 아래 땅이 굳으며 북풍과 함께 초빙(初氷)이 올 때 겨울은 시작되었는데요. 어느덧 춘분이 눈앞에 다가왔네요. 겨울 나는 동안 외로웠나요? 집도 외로우니 지붕은 삐걱대는 소리를 냈겠지요. 고라니 너구리 오소리 따위 산짐승들도 소리없이 한 점 등불을 켜고 반짝이는 집까지 내려와 어슬렁거리다 다시 산으로 돌아갔겠지요. 오늘은 내가 “서리 위 발자국을 남기는 그들”을 찾아 산속에 들어가 봐야겠어요. 겨울을 잘 나고 살아남았는지 살펴봐야겠어요.
문학집배원 장석주
▶ 출전_『내게 진실의 전부를 주지 마세요』(실천문학사)
▶ 음악_ 정진영
▶ 애니메이션_ 강성진
▶ 프로듀서_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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