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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희의 행복한 100세]자녀 학원비가 먼저인가? 노후준비가 먼저인가?
동아일보
입력 2015-07-28 03:00:00 수정 2015-07-28 08:41:07
국내 ‘5060세대’ 중 약 60%는 자녀 교육비와 결혼비용으로 ‘은퇴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학 입시 설명회에 학부모들이 몰렸다. 동아일보DB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연금포럼 대표
○ 5060세대 60%, 은퇴빈곤층 전락 위험
이상은, 얼마 전 직장인 대상 강의를 하기 위해 주최 측에서 보내준 승용차를 타고 강의 장소로 가는 동안 운전기사님과 나눈 이야기이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빚을 내서라도 도와주려고 하는 우리나라 부모님들의 자녀 사랑에 그저 고개가 숙여질 뿐이다. 나로서는, 지금과 같은 인생 100세 시대에 자녀 사랑도 좋지만 자신들의 노후도 생각해야 할 게 아니냐는 원론적인 대답밖에 할 수 없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와 일본의 부모들은 ‘대학 등록금은 부모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미국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부모들이 대학 등록금은 자녀 본인들이 융자를 받아서 다니고 취직 후에 갚아나갈 거라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결혼비용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나라와 일본이 또 다르다. 일본에서는 젊은 세대가 부모로부터 결혼비용을 약간이라도 도움을 받으려면 이리저리 눈치를 보다가 ‘어떻게 좀 도와주실 수 없을까요?’ 이런 식으로 도움을 청한다고 한다. 반면에 대부분의 우리나라 젊은 세대들은 결혼비용도 당연히 부모가 도와줄 거라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부모들이 이렇게 자녀 교육비, 결혼비용을 지불할 경우 문제는 자신들의 노후자금이다.
2013년에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5060세대 648만 가구 중 60%에 가까운 381만 가구가 은퇴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서 말하는 은퇴빈곤층이란 부부 월 생활비 94만 원 이하로 살아야 하는 가정을 말한다. 은퇴빈곤층 전락 위험률이 이렇게 높은 것은 수명 연장, 금리 저하, 조기 퇴직 등에도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앞에 예를 든 것처럼 자녀 교육비와 결혼비용 과다 지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전의 부모 세대들처럼 노후생활비를 자녀에게 의존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선진국 어느 나라를 보아도 자녀가 부모 생활비를 도와주는 나라가 없다. 선진국의 젊은 세대가 특별히 불효자들이어서가 아니라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수명이 짧았기 때문에 노부모 부양 기간은 평균 5년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오는 100세 시대에는 20∼25년으로 늘어날 것이다. 노인이 노인을 부양하는 시대가 되는 것이다. 자녀도 노인인데 어떻게 부모를 도와줄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100세 시대의 부모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많은 사교육비를 들여서라도 자녀들에게 시험 잘 보는 능력을 키워주고, 결혼 후에도 생활이 불편하지 않도록 경제적인 지원을 해주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들의 경제적 자립 능력을 키워주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하면 평생 누군가에게 얹혀서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녀에게 들어가는 돈을 아껴서 자신들의 노후 준비를 잘하는 부모야말로 100세 시대의 훌륭한 부모가 아닐까 생각된다.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연금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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