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연경(1968~ )

홰친홰친 붕붕대며 봄 말을 걸고
욜랑욜랑 나폴거리며 봄 춤을 춥니다
그런 당신 맞이하는 나는
흡사 향긋한 바람입니다
나는 순해지고 부드러워지고 아름다워져서
열락의 가슴 드러내고
천지에 초유를 먹입니다
미리내 노래 부르며 자궁 속 꽃들은
어머니의 강 따라 향기 뿜으며
천지 가득 피어납니다
( … )
봄은 정지된 것을 움직이게 하고, 고여 있던 것을 흐르게 한다. 사물은 대지(大地)인 어머니의 젖 냄새를 맡고 잠 깬 애벌레처럼 “홰친홰친” “욜랑욜랑” 까불기 시작한다. 오직 순하고 부드럽고 아름답기만 한 어머니는 “초유”를 먹여 만물을 살린다. 이 살림의 힘으로 꽃들이 피어난다. 부디 이 못 말리는 에너지가 늘 우리를 밀고 갔으면. <오민석 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