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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부를까 1 - 당신이 '이모'라 부르는 사람들' 정말 '이모'인가요?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16. 4. 2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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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종업원을 부르는 각양각색의 호칭들

“이모, 여기 밥 하나 추가요!” 식당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특히 대학가 음식점을 찾는 대부분의 젊은 학생들은 식당 종업원을 향해 한결같이 ‘이모’를 외친다. 우리나라를 처음 찾은 외국인이라면 ‘이모가 일하시는 식당이구나.’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이모’가 어머니의 여자 형제가 아님을 우리는 안다. 우리네 식당 종업원은 어쩌다 만인의 이모가 되었을까?

식당에 가면 모두가 가족 된다?

생면부지 처음 보는 사이임에도 식당에 가면 자연스레 가족 관계가 형성된다. 젊은이들이 즐겨 사용하는 이모 외에도 가족 관계 호칭은 무척이나 다양하다. 2011년 말 시민단체 ‘민우회’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식당에서 쓰이는 호칭의 종류로 ‘이모’, ‘고모’ 심지어 ‘엄마’ 등 가족관계 호칭이 33%에 이른다. 여기에 ‘아줌마’가 28%이고, ‘여기요’, ‘저기요’ 같은 표현이 20%, ‘사장님’이 11%가량 쓰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어이’, ‘이봐’ 또는 호칭 없이 주문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손님도 불편하고 종업원도 불편한 호칭들

식당 종업원을 부르는 호칭은 가지각색이지만, 막상 식당에 들어가 음식을 주문할 때면 식당 종업원의 나이와 성별 등에 따라 뭐라 불러야 할지 잠시 고민했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젊은 종업원에게 ‘이모’라 부르는 것도 다소 어색하고, 나이 지긋한 남자 손님이 여종업원에게 ‘언니’라 호칭하는 것도 거북하다.

몇 년 전 모 프랜차이즈 음식점에서 여종업원에 대한 호칭을 발단으로 일어난 손님과 종업원의 폭행 시비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적이 있었다. 손님은 식당 종업원을 향해 ‘아줌마’라고 불렀고, 이를 듣지 못했다는 식당 종업원이 뒤늦게 와서 다음부터는 벨을 눌러달라고 한 말에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면서 일어난 사건이다. 이 일로 식당을 비롯한 서비스업 종사자를 대할 때 적절한 예의와 호칭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었다.

누구나 쉽고 편안한 호칭에 대한 고민

종업원을 부를 때 여러 표현을 쓸 수 있겠지만 손님도 편하고, 종업원도 기분 상하지 않는 적절한 호칭은 없을까? 한국여성민우회에서는 2011년 11월 16일 시민들을 대상으로 식당 노동자 호칭 공모 대회를 열어 ‘차림사’를 새 호칭으로 선정했다. 밥을 차려 준다는 의미의 ‘차림사’가 두레손, 조양사, 맛지기 등 250여 개의 후보를 제치고 금상을 차지하였으나 선정한 지 4년이 지난 지금 ‘차림사’는 얼마나 사용되고 있을까? 식당에서 종업원을 ‘차림사’라고 부르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상용화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에게 ‘차림사’라는 새 호칭 또한 어색하기는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표준 언어 예절(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주로 식당, 상점 등에서 종업원을 부를 때 쓰는 말은 ‘여기요’와 ‘여보세요’이다. 또 식당, 상점 같은 영업소의 남자 종업원을 부를 때와 가리킬 때는 ‘아저씨’, ‘젊은이’, ‘총각’을 상황에 따라 적절히 쓰고, 여자 종업원을 부를 때와 가리킬 때는 ‘아주머니’, ‘아가씨’를 상황에 따라 적절히 쓰도록 한다. ‘아줌마’는 상대방을 높이는 느낌이 들지 않으므로 나이가 많은 종업원이나 친한 사이가 아닌 종업원에게는 호칭, 지칭으로 쓰지 않는 것이 좋고, 손님이 자기보다 나이 어린 여자 종업원을 ‘언니’ 또는 ‘이모’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 또한 바람직하지 않은 표현으로 본다. 물론 어린이는 ‘아줌마’, ‘언니’라고 부를 수 있다.

종업원 이름 부르는 아이디어도 등장

서울 충정로에 위치한 한 식당에서는 ‘아줌마’나 ‘이모’ 대신 종업원의 이름을 부른다. 가슴에 달린 명찰을 보고 영자 씨, 은수 씨 등 이름을 호칭으로 삼고 있다. 이것은 이곳 사장의 실제 경험에 의한 아이디어로 자신이 어느 음식점에서 어린 종업원에게 실수로 '아줌마'라고 불렀다가 불쾌해하는 것을 보고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서는 ‘아줌마’, ‘이모’ 등의 호칭을 금지한다는 문구를 써 붙였다. 이 식당에서 일하는 한 여종업원은 ‘아줌마’ 대신 자신의 이름이 불리니 더 존중받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고, 시대에 따라 호칭도 변할 수 있으나 자칫 불쾌함을 느낄 수 있는 호칭이 무엇인지 가리고 이러한 호칭의 사용을 자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