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높임말’이 있다는 것이지요. 높임 표현이 다양하고 복잡해서 외국인들도 배우기 어려워하고, 우리도 종종 실수를 하곤 하는데요. ‘밥’을 ‘진지’라고 하고, ‘먹다’를 ‘드시다’로 바꿔 쓰는 이러한 높임말은 예의를 중시해 온 우리 민족의 문화가 언어에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나라 사람들은 ‘높임말’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우리 사회의 높임말 사용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중에는 ‘한국은 예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이므로 앞으로도 반드시 유지, 존속되어야 한다’가 82%로 가장 높았으며, ‘상대방을 존경하는 느낌을 나타낼 수 있다’가 75.5%로 뒤를 이었습니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부드럽게 해 준다’는 의견도 62.6%로 나타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높임말의 순기능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상하 관계 강요 등 불평등 요소가 많아 없어져야 한다’(4.8%), ‘현대 사회의 감각에 맞지 않아 필요 없다’(4.2%), ‘서먹서먹한 느낌이 들어 필요 없다’(3.9%), ‘국제화 시대에 맞지 않아 필요 없다’(3.6%) 등 높임말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응답은 5% 미만으로 낮게 나타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말에 높임말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잘못된 표현 가운데 ‘사물 존칭’을 쓰는 경우가 있지요. ‘사물 존칭’이란 “요금은 2,000원이세요.”, “이 상품은 품절되셨습니다.”와 같이 사물에 높임 표현을 쓰는 것을 가리키는데요, 이러한 표현이 ‘상대방을 높이는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의견은 22.4%,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의견은 55.6%로 나타났습니다. 즉 5명 중 1명만이 사물 존칭이 상대방을 높이는 표현이라고 생각했고,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사물 존칭’이 상대방을 높이는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한편 사물 존칭이 ‘자연스러운 표현으로 느껴진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15.8%만이 ‘그렇다’고 대답했고,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은 64.7%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과반수의 사람들이 사물 존칭을 어색하다고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지요. 꼭 이 설문 조사 결과 때문이 아니더라도 사물보다 사람이 높으니 사물에 높임말을 쓰는 일은 지양해야겠습니다.
설문에서 나타난 것처럼, 높임말은 상대방에게 예의를 갖추고 상대를 존경하는 마음을 드러나게 해 줍니다. 최근 여러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자존감을 높이고 서로 존중하는 수업 문화를 만들기 위해 학생과 교사, 또는 학생들 간에도 서로 높임말을 쓰도록 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 결과 학교 내 다툼도 많이 줄어들고 학생들도 눈에 띄게 밝아졌다고 합니다. 아마 학생들의 인성에도 좋은 영향을 주겠지요. 오늘, 꼭 윗사람이 아니더라도 나와 가까운 사람에게 존댓말을 써 보는 건 어떨까요? 조금은 쑥스럽고 민망하겠지만 그 사람을 아끼고 존중하는 마음을 흠뻑 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