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원시 인권 센터에 접수된 비정규직 기간제 근로자의 인권 침해 사례가 공분을 샀다. 수원의 한 주민 센터에서 기간제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30대 미혼 여성에게 ‘여사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한 것이 문제였다.
동료 공무원들이 기간제 근로자에게 사용한 ‘여사님’이라는 호칭은 왜 문제가 되었을까? 우선 ‘여사님’은 결혼한 여자를 높여 이르거나, 사회적으로 이름 있는 여자를 높여 이르는 말로, 미혼 여성을 부르기에는 적절하지 못한 호칭이다. 그런데 6급 이하의 일반직 공무원들은 ‘국가 인권 위원회 인사 관리 규정’에 따라 서로 ‘주무관’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면서, 비정규직 근로자에게는 성별이나 나이에 따라 ‘여사님’ 등 별도의 호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수원시 인권 센터는 일반직 공무원과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직·기간제·단시간 근로자가 대외 직명이 아닌 ‘여사님’ 등의 호칭으로 불리는 것은 인권 침해이며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더불어 ‘수원시 근로자 대외 직명제 도입을 위한 설문 조사’를 실시하고 각 지방 자치 단체의 비정규직 근로자 호칭을 조사하는 등 비정규직 근로자의 호칭을 개선하기 위하여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방 자치 단체뿐만 아니라 학교나 일반 기업에도 비정규직에 대한 호칭 차별은 존재한다. 한 대기업에서 2년째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씨는 정규직으로 입사한 신입 사원을 ‘ 씨’라고 불렀다는 이유로 호된 지적을 받았다고 한다. 나이와 경력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인 씨가 정규직인 씨를 ‘ 님’이 아닌 ‘ 씨’로 부르는 것은 무례하다는 논리였다.
지난 8월 학교 비정규직 노조 부산 지부에서는 비정규직 교육 실무 직원들이 겪는 인권 침해에 반발하여 국가 인권 위원회에 긴급 구제를 신청하기도 했다. 인권 침해 내용 중에는 비정규직 교육 실무 직원의 호칭 문제도 포함되었는데, 부산시 초등학교 교장단의 회의록에 ‘비정규직에게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면서 교권이 추락했다’는 내용이었다. 학교의 비정규직 근로자는 교무 실무원, 행정 실무원뿐만 아니라 방과 후 수업 교사, 기간제 교사 등 다양하다. 그렇다면 이들 모두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아닌 ‘아저씨’나 ‘여사님’과 같은 호칭으로 불리는 것이 합당할까?
비정규직 근로자의 호칭 논란은 결코 ‘직장 내 차별’만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사람의 관계를 ‘갑과 을’로 구분하는 데 익숙해진 우리의 그릇된 풍조가 낳은 비극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인권보다 앞서는 차별은 없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존중받을 권리가 있고, 결코 누군가를 차별할 권리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