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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전통시장 개소주집 앞 철창에 갇혀 있는 개들. © 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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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주집 철창 안 누렁이는 내 손을 끊임없이 핥았다
[뚱아저씨의 동행] 전통시장 '개고기 골목' 강아지들의 슬픈 운명
(서울=뉴스1) 황동열 팅커벨프로젝트 대표 | 2017-06-09 09:00 송고 | 2017-06-09 09:56 최종수정
서울의 한 전통시장엔 '개고기 골목'이 있습니다. 과거 이 골목엔 20여 개의 개 도축·판매 업소가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여섯 곳만 남아 있지요.
뚱아저씨는 동물유관단체협의회 간사로서 지난달부터 이 골목을 찾고 있습니다. '개고기 골목'의 실태를 파악하고, 전통시장 내 개 도축 문제의 해결 방법을 고민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다 보니 개 도축 업소 앞의 철창에 갇힌 개들을 늘 보게 되더군요. 오늘은 살아 있지만, 내일은 죽어 있을 개들을 말이지요. 그 개들을 볼 때면 참 말로 설명하기 힘든 감정을 느낍니다.
뚱아저씨는 지난 4년간 유기견 500여 마리를 구조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래도 그 유기견들은 회원들과 힘을 합쳐 어떻게든 구해냈습니다. 하지만 개도축장 앞 철창에 갇힌 개들은 살릴 수 없었습니다. 개 도축·판매 업자가 절대 개들을 내놓지 않기 때문입니다. 개를 사고 싶다고 이야기하면 "이곳의 개들은 살아서는 못 나간다"고 말합니다. 설령 돈을 주고 개를 데리고 온다고 해도 무의미합니다. 그 돈을 받은 업주는 또 다른 개를 데리고 올 것이니까요. 이런 현실을 알기에 매일 철창 안의 개들을 보는 일은 무척이나 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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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기 골목'에서 만난 흰둥이(왼쪽)와 누렁이. © News1 |
그러던 중 지난달 말, 태어난 지 1년이 채 안 돼 보이는 어린 진돗개 믹스견을 만났습니다. 제가 누렁이라는 이름도 지어주었지요.
보통 철창에 갇히게 되면 이틀 안에 도축이 됩니다. 분명 어제까지 보이던 개가 다음 날 사라지곤 합니다. 참 가슴 아픈 일이지요.
그런데 누렁이는 이상했습니다. 무슨 일인지 누렁이는 며칠이 지나도 철창 안을 지켰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 사흘이 지나도 누렁이는 철창 안에서 절 반기더군요.
누렁이는 사람을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 다른 개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그곳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분은 모르겠지만 개 도축장의 개들은 생각보다 훨씬 순하고 사람을 잘 따릅니다. 누렁이는 그중에서도 유난히 사람을 좋아하는 아이였습니다. 그래서 전 누렁이를 볼 때마다 쪼그리고 앉아서 눈을 맞추고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러면 누렁이는 제 손등을 핥아주었습니다. 자기를 살리려고 온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유난히 지극정성으로 제 손등을 핥고 또 핥았습니다. 그 사이 누렁이에게 정이 많이 들었지요.
그 날도 변함없이 누렁이를 보러 갔습니다. 그런데 철창 안에서 꼬리를 흔들며 절 반기던 누렁이는 없었습니다. 제 손등을 유독 많이 핥아 준 다음 날이었습니다. 철창 옆엔 도축된 개고기가 진열돼 있었습니다. 제 가슴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누렁아, 누렁아. 나를 그렇게도 좋아해주더니 결국 이렇게 처참하게 갔구나. 너를 구해내지 못해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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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축 할 개를 꺼내기 하기 위해 업주가 다가가자 꼬리를 내리며 몸을 숨기는 개들. © News1 |
혹자는 먹는 개와 키우는 개가 다르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식용견과 반려견은 다른 개가 아닙니다. 개소주집 앞 철창에 갇혀 있던 개들은 지금 제가 입양해 키우고 있는 백구 흰돌이, 흰순이, 순돌이와 너무도 닮았습니다. 사람을 좋아하는 모습까지 똑 닮았습니다. 철창을 벗어나 목줄을 하고 산책을 하면 다른 반려견들과 다를 게 없는 똑같은 개들입니다.
'개고기 골목'의 개소주집들은 탕제원으로 간이 사업자등록증을 낸 곳들입니다. 탕제원으로 위장하고 개를 도축해 판매하는 것이지요. 개 도축업장 한 곳에서 죽임을 당하는 개는 1년에 3000마리에 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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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아저씨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백구 순돌이의 모습. © News1 |
개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개고기를 먹는 분들도 많이 있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그 누렁이도 여느 집에서 예쁨을 받는 반려견과 다를 게 없는 개였다는 것을 말입니다.
'뚱아저씨의 동행'은 2주 후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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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열 팅커벨프로젝트 대표와 순심이. © 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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