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버스
문성해
시외버스를 탔네
차창에 레이스 달린 분홍 커튼이 쳐져 있었네
구중궁궐 같은 버스였네
승객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네
어여 기사님아,
선글라스와
뽕짝 노래로
나를 어디로 모셔가나
앞머리를 커튼처럼 자른 나도
오늘은 이 버스의 기분을 알 것 같아
마음속에 들어앉아
저를 멋대로 몰아가는
저 기사님이 이끄는 대로
잉잉거리고 끼끼거리고 짓까부는
이 버스처럼
나도 마음속에
수벌처럼 붕붕거리는 기사님 하나 들어앉아
나를 출렁출렁 저 태양까지 몰고 갔으면
앞머리가
찰랑찰랑
커튼처럼 흔들리는
이 아침에
―시집『밥이나 한번 먹자고 할 때』(문학동네, 2016)
작품 출처 : 문성해 시집, 『밥이나 한번 먹자고 할 때』, 문학동네, 2016.
■ 문성해 | 「혼자만의 버스」를 배달하며…
숨이 턱턱 막혀오는 출퇴근 버스를 타다가 승객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시외버스를 타고 가는 기분은 어떤 기분일까요. 구중궁궐 같은 시외버스를 타고 출렁출렁 찰랑찰랑 달리는 기분은 어떤 기분일까요. 선글라스를 낀 기사님도 분홍 커튼을 친 시외버스도 앞머리를 커튼처럼 자른 나도 모처럼 번잡하지 않아서 좋을 것 같습니다. 내 마음속 기사님이 나를 그 어디로든 데려다줄 것만 같은 멋진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시인 박성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