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동 시인이 광화문 캠핑촌에서 지내던 당시의 모습. /뉴스1 © News1 |
블랙리스트에 저항하는 '광화문 캠핑촌'을 이끌었던 송경동(50) 시인이 상금 3000만원인 '2017 미당문학상' 후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미당 서정주(1915~2000) 시인이 친일 부역과 군부 정권에 부역했던 전력을 거론하면서, 그를 기리는 상 말미에라도 자신의 이름을 넣을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송 시인은 2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2017 미당문학상' 후보로 올리려 한다는 전화가 왔지만 "적절치 않은 상"이어서 거부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미당의 시적 역할이 있을 수 있겠지만, 친일 부역과 5.18 광주학살과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전두환을 찬양하는 시를 쓰고 그 군부정권에 부역했던 이를 도리어 기리는 상 자체가 부적절하고 그 말미에라도 내 이름을 넣을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그건 어쭙잖은 삶이었더라도 내가 살아온 세월에 대한 부정이고, 나와 함께 더불어 살아왔고, 살아가는 벗들을 부정하는 일이며, 식민지와 독재로 점철된 긴 한국의 역사 그 시기 동안 민주주의와 해방을 위해 싸우다 수없이 죽어가고, 끌려가고, 짓밟힌 무수한 이들의 아픔과 고통 그 역사를 부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더 의아스러웠던 건 내 시를 그들이 오독(물론 시는 읽은 이들의 것이지만)한 일"이라며 "내 시를 존중해 주는 눈과 마음이 있었다면 도대체 나와 '미당'이 어디에서 만날 수 있단 말인가"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때론 더 긴 시간 평행선을 달리며 만나지 말아야 할 아름다운 인연도 있다. 좀 더 일찍 '미당'과 화해를 시도하고 만난 문우들, 선생님들도 있다. 그들에게 나의 잣대만이 도덕적이고 윤리적이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고 전제하면서 "누구에게나 무소의 뿔처럼 혼자라도 가야 하는 길들이 있을 것이다. 조금은 외롭고 외지더라도 내가 걸어보고 싶은 다른 길이 있다고 믿어본다"고 밝혔다.
송경동 시인은 1967년 전남 보성 벌교에서 태어나 지하철 공사장 노동자로 일하던 20대 후반 '구로노동자문학회'를 찾아가 문학 공부를 시작했다. 그 후 잡지 '내일을 여는 작가’와 ‘실천문학’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꿀잠'(삶이보이는창)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창비)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창비) 등을 펴내며 문학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광화문 캠핑촌장을 맡아 '블랙리스트' 저항 운동을 이끌었다.
송 시인은 뉴스1과 과거 인터뷰에서도 "우리가 존경하는 위대한 시인들은 다 혁명가였다"면서 "혁명은 구시대와 관습 이런 것을 넘어서서 새로운 사회로 진입하는 것이며 시는 그런 고정화된 관습이나 권위로부터 탈출을 꿈꾸는 것, 아직 오지 않은 새로운 사람들의 공동체 삶을 꿈꾸는 것"이라고 자신의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송경동 시인 페이스북 캡처 © News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