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200원짜리 너, 참 따뜻했었는데.. 자판기 커피의 몰락
김수경 기자 입력 2017.11.25. 03:02 수정 2017.11.25. 08:48
90년대엔 빌딩 벌어주던 보물 1992년부터 서울에서 커피 자판기 사업을 해온 강성효 '자판기 백화점' 대표는 지난 22일 "매년 매출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올해처럼 장사가 안 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 곳곳에 자판기 수백 대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처음 자판기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고속도로 휴게소에 커피자판기 한 대만 설치하면 5년 만에 건물 한 채를 살 수 있었다"며 "요즘은 임차료와 재료비, 관리비를 빼면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국내 원두커피 전문점이 9만 곳을 넘을 만큼 한국인 커피 취향이 급변하면서 커피 자동판매기가 급속히 몰락하고 있다. 한국자판기공업협회에 따르면 1990년 한 해 3만대였던 커피 자판기 생산량이 지난해 836대로 줄었다. 2008년만 해도 3700대 넘게 만들어졌지만 10년간 한 해 200~500대씩 양이 줄어들었다. ">생산량뿐 아니라 운영되는 커피자판기 수도 크게 줄고 있다. 커피 자판기는 식약처가 관리하는데 식약처가 발간하는 식품의약품 통계연보에 따르면 2008년 7만2200대였던 식품 자판기 수는 2015년 2만5000여대로 감소했다. 박영순 커피비평가협회장은 "자판기 커피가 원두커피에 밀리면서 홀대받기 시작한 건 1990년대 중반부터"라고 말했다. 1998년 우리나라 최초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인 할리스 커피가 개점했고 1999년엔 스타벅스 커피가 국내에 첫 매장을 열었다. 함바집에서나 볼 수 있는 자판기 커피 자판기 운영업자들이 꼽는 장사가 잘되는 일명 '1급지'도 바뀌었다. 1990년대만 해도 회사가 밀집해 있는 사무실 빌딩, 대학교, 유원지였다. 직장인 500명이 근무하는 곳에 설치한 커피 자판기에서는 하루 1500잔씩 커피가 팔렸다. 커피 자판기에 재료를 가득 채우면 평균 600잔을 만들 수 있다. 하도 많이 팔리니 자판기 재료가 떨어지면 빨리 채워넣을 수 있도록 대학교 내 자판기 관리인에는 대학생을, 회사 빌딩에는 경비원을 각각 아르바이트로 고용하기도 했다. 수원에서 자판기 커피 수십 대를 운영하는 김모(55)씨는 "10년 전만 해도 하루에 두세 번 재료를 리필했는데 요즘은 일주일에 한두 번만 채워도 될 만큼 손님이 없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요즘 1급지로 꼽히는 곳은 건설 현장 밥집이나 생산 공장, 기사 식당 정도다. 자동판매기운영업협동조합 관계자는 "과거 다방커피의 맛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나 200~300원 안팎의 싼 가격으로 커피를 마시려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나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인스턴트 커피에 설탕과 크리머를 넣은 다방 커피가 원두커피에 자리를 내 준 건 10년 넘은 이야기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자판기 커피가 밀려난 다른 이유도 있다고 주장한다. 강성효 대표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가 보면 자판기 커피를 마시고 싶어도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다"며 "커피 자판기를 구식 또는 흉물 취급하면서 화장실 옆이나 인적이 드문 구석 자리에만 자판기를 놓게 해준다"고 했다. 휴게소에도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들어서면서 자판기는 점점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밀려나고, 눈에 보이지 않으니 더 마시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식당에서 공짜로 나눠주는 종이컵 커피 탓도 있다. 박영순 협회장은 "식당에서 서비스 차원에서 공짜로 믹스 커피를 타서 주니까 '왜 돈 내고 마셔야 하느냐'는 인식이 박혔다"고 했다. 실제로 자판기 커피와는 달리 커피믹스 시장은 2012년까지 1조3000억원까지 성장했다. 2015년 현재 커피믹스 시장은 9700억원 규모로, 자판기보다는 감소세가 약한 편이다.
휴게소·사무실에 설치하면 하루 1000잔도 넘게 팔려.. 5년이면 건물 샀을 정도
지금은 가끔 찾는 구닥다리로
2000년대 원두커피 유행에 구석, 화장실 옆으로 밀려.. 7년새 3분의 1만 살아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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