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의 참뜻에 대하여
봉사의 사전적 정의는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하여 자신을 돌보지 아니하고 힘을 바쳐 애씀’ 이라고 나와 있다. 그러나 봉사의 포괄적 개념은 참다운 나눔일 것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기부하거나 개인적인 시간을 쪼개어 사회 필요한 곳에 따스한 눈길과 손길을 나눠주는 것이다.
강북소방서 의용소방대는 본대, 현장대응지대, 우이지대, 미아지대‘ 삼각산지대로 편성이 되어 있다. 요일별로 돌아가면서 강북노인복지관 청소를 한다. 월요일은 우이지대, 화요일은 본대 여성대, 수요일은 현장대응단, 목요일은 미아지대, 금요일은 본대안전 전문대가 하고 있다.
오늘은 금요일 내가 속해 있는 본대(총무부/예방부/안전전문대)가 복지관 청소를 하는 날이다. 각자 직업도 다르고 다들 바쁘게 살고 있지만 봉사하는 마음은 봉사를 해본 사람은 안다. 작은 것이 모여 산을 이루듯 자신의 작은 보탬이 국가와 사회의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봉사를 하는 본인에게도 자부와 긍지 삶의 활력소가 되어 준다.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되는 것이 곧 봉사 정신이 아닌가 한다.
영국의 시인 윌리엄 워즈워드는 ‘작은 봉사라도 그것이 계속 된다면 참다운 봉사’ 라고 했다. 강북소방서 의용소방대는 강북노인복지관 청소 뿐 아니라 장애인 나들이, 목욕 시켜드리기, 번동복지관 반찬배달 봉사 등 월별로 지대가 돌아가면서 꾸준히 하고 있다. 어딘가 봉사를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서 강북소방서 의용소방대 대원들의 모든 봉사가 즐거움으로 지속적 되기를 바람다.
(강북소방서 의용소방대 본대 예방부장 정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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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버지의 첫사랑이었을 때
천수호
아버지는 다섯 딸 중
나를 먼저 지우셨다
아버지께 나는 이름도 못 익힌 산열매
대충 보고 지나칠 때도 있었고
아주 유심히 들여다 볼 때도 있었다
지나칠 때보다
유심히 눌러볼 때 더 붉은 피가 났다
씨가 굵은 열매처럼 허연 고름을 불룩 터뜨리며
아버지보다 내가 곱절 아팠다
아버지의 실실한 미소는 행복해 보였지만
아버지의 파란 동공 속에서 나는 파르르 떠는 첫 연인
내게 전에 없이 따뜻한 손 내밀며
당신, 이제 당신 집으로 돌아가요, 라고 짧게 결별을 알릴 때
나는 가장 쓸쓸한 애인이 되어
내가 딸이었을 때의 미소를 버리고
아버지 연인이었던 눈길로
아버지 마지막 손을 놓는다
―시집『우울은 허밍』(문학동네, 2014)
[시읽기] ☞
인지장애란 기억력, 주의력, 언어능력, 시공간능력과 판단력 등이 저하된 상태를 말한다고 한다. 정도가 아주 경미한 경우에서 심한 경우까지 다양하다고 하며 인지기능장애가 심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는 경우를 치매라고 한다고 한다. 반면에 동일 연령대에 비해 인지기능, 특히 기억력이 떨어져 있으나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능력은 보존되어 있어 아직은 치매라고 할 정도로 심하지 않은 상태의 경우를 경도인지장애라고 한다. 경도인지장애를 정상노화와 치매의 중간단계라고 하는데 언제든지 치매로 진행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치매환자의 실종신고 건수가 8천,2백 7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고 한다. 또 보험공단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20 년에는 치매환자 수가 79 만 4000명에 달할 거라고 한다. 십년 후인 2030년에는 100만 명을 넘을 거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통계에 의한 추정치일 뿐 통계에 잡히지 않는 드러나지 않는 환자들이 더 있을 것이다. 인생의 황혼기, 아니 황금기에 자식들 다 바람에 날려 보내고 가신의 인생이 돌아왔지만 사랑하는 아내는 물론 자식까지 알아보지 못하는 이 슬픈 현실을 딸자식인 화자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게다가 다섯 딸 중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 못하고 제일 먼저 지워진 연유에 대해 유심히 볼수록 붉은 피가 난다고 한다. 어찌 붉은 피만 났을까. 먼저 아버지의 기억에서 사라진 화자는 그래서 불보다 더 서러웠을 것이다. 딸이었을 때의 미소를 거두고 아버지 연인이 되어 바라보는 눈길에는 연민이 그득하다. 아들에게 있어 엄마가 최초의 연인이라면 아버지의 마지막 연인은 딸이 아니었을까. (계간 詩하늘 편집위원 정호순)
―출처『詩하늘』(2016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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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관료
김남주
관료에게는 주인이 따로 없다!
봉급을 주는 사람이 그 주인이다!
개에게 개밥을 주는 사람이 그 주인이듯
일제 말기에 그는 면서기로 채용되었다
남달리 매사에 근면했기 때문이다
미군정 시기에 그는 군주사로 승진했다
남달리 매사에 정직했기 때문이다
자유당 시절에 그는 도청과장이 되었다
남달리 매사에 성실했기 때문이다
공화당 시절에 그는 서기관이 되었다
남달리 매사에 공정했기 때문이다
민정당 시절에 그는 청백리상을 받았다
반평생을 국가에 충성하고국민에게 봉사했기 때문이다
나는 확신하는 바이다
아프리칸가 어디에서 식인종이 쳐들어와서
우리나라를 지배한다 하더라도
한결같이 그는 관리생활을 계속할 것이다
국가에는 충성을 국민에게는 봉사를 일념으로 삼아
근면하고 성실하게!
성실하고 공정하게!
―시집『조국은 하나다』(남풍신서, 1988)
[시읽기] ☞
이 시를 읽다가 반민족문제연구소에서 펴낸 '청산하지 못한 역사' 라는 책이 생각이 났다. 왜 이 책 생각이 났는지는 모르지만 꽤 오래 전에 읽은 책이다. 1, 2, 3권으로 정치, 종교, 역사, 음악·미술, 언론, 검찰·군인, 학술, 법조, 여성계, 관료, 문학 등 각 분야에 친일파들의 행적을 추적해 놓은 책이다.
여기서 문학에 관련된 인물들만 나열해보면 친일 문학의 선구자 이인직, 민족개조를 부르짖은 변절 지식인의 대명사 이광수, 예술지상주의 파탄과 친일문학가 전략의 김동인, 대동아공영의 꿈을 읊조린 어릿광대 주요한, 각종 친일단체의 핵심으로 맹활약한 친일 시인 김동환, 여성 교화사업의 첨병 모윤숙, 친일 국민연극을 주도한 근대 연극사의 거두 유치진, 서구적 지성론자에서 천황숭배자로 변한 최재서, 인간탐구론자에서 국민문학론자로의 백 철, 황국문학의 품으로 투항한 계급문학의 전사 김기진, 카프문학의 맹장에서 친일문학의 선봉으로 박영희, 그리고 우리에게 ‘자화상, 국화 옆에서’ 시로 널리 알려진 서정주 시인은 친일시와 광복 이후의 활동이다.
시에 나오는 어떤 괸료는 국가적으로 보아 인재 중의 인재다. 성실하고 정직하며 모범적인데다 능력까지 겸비했다.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는 반듯하게 뵈는 사람이다. 아마 가정에서도 다정다감한 남편이며 아버지이며 훌륭한 가장이었을 것이다. 일제 시대 만주국관학교의 우수한 인재로 나중에 정치권에 투신한 특출한 몇몇 인물들이 그려진다. 어떤 관료의 사람은 어떤 재난의 국가적인 위기가 오더라도 시대와 상관없이 출세를 할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시를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은 왜일까... (강북구 수유3동 통장협의회 회장 / 정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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