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우리말 - 그저 매서운 추위? 두 개의 뜻을 가진 ‘강추위’
우리말 탐구
그저 매서운 추위?
두 개의 뜻을 가진 ‘강추위’
‘여름이 더우면 겨울이 춥다.’는 속설이 있다. 올 여름에 불볕더위가 심했던 탓에 올 겨울에는 ‘강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강추위’라는 말을 두고 ‘심한 추위’만을 뜻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강추위’는 두 가지 뜻이 있는 동음이의어다. 일 음절 한자어 접사 ‘강(强)-’과 ‘추위’가 합해진 ‘강(强)추위’와 순우리말인 ‘강추위’는 소리와 모양은 같으나 그 뜻이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심한 추위’라는 뜻으로 쓰는 ‘강추위’는 접사 ‘강(强)-’이 쓰인 ‘강(强)추위’일까? ‘강추위’일까?
접사 ‘강(强)-’은 일부 명사 앞에 붙어 ‘매우 센, 호된’이라는 뜻을 더한다. ‘강(强)추위’는 ‘눈이 오고 매운바람이 부는 심한 추위’를 뜻하며, 다음과 같이 쓰인다
다음 주 초부터 전국에 눈보라를 동반한 강추위가 몰아닥칠 것으로 보인다.
그 거친 바람과 강추위 속에서 하루를 버텼다는 건 기적 같은 일이다.
그들은 뼛속들이 얼어드는 밀림의 강추위를 이겨 내며 눈보라를 뚫고 나갔다.
반면 순우리말인 ‘강추위’는 접사 ‘강-’과 ‘추위’가 합해진 말로 ‘눈도 오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으면서 몹시 매운 추위’를 뜻한다.
마른하늘에 강추위만 계속되니 마늘 농사가 걱정이다.
지난겨울은 싸락눈 한 알 날리지 않고 강추위만 계속되었다.
다행히 눈은 내리지 않았지만 강추위에 손이 곱아 일하기 쉽지 않다.
순우리말 접사인 ‘강-’은 몇몇 명사 앞에 붙어 ‘마른’ 또는 ‘물기가 없는’이라는 뜻을 더한다. 접사 ‘강-’이 붙은 말로는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고 볕만 내리쬐는 심한 더위인 ‘강더위’, 마른기침을 뜻하는 ‘강기침’, 물기가 없어 바싹 메말랐음을 뜻하는 ‘강마르다’ 등이 있다.
한자와 우리말이 결합한 ‘강(强)추위’와 순우리말 ‘강추위’가 모두 추위를 뜻하기는 하지만 눈이 오는가, 바람이 부는가에 따라 구분해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같은 더위라도 습도와 온도가 매우 높아 찌는 듯한 더위는 ‘무더위’, 햇볕이 몹시 뜨겁게 내리쬐는 더위는 ‘불볕더위’로 구분해서 쓰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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