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개 삼아
이시카와 타꾸보꾸
우스개 삼아 엄마를 업었으나
그 너무 가벼움에 눈물겨워져
세 발짝도 못 걸었네
―김희보 편저『韓國의 명시』(종로서적, 1986)
어머니를 업어본 적이 있나요. 무심히 흐르는 세월 속에 알맹이마저 자식들에게 다 빼 준 어머니는 몸도 마음도 자꾸만 가벼워져 갑니다. 오래 전에 어머니를 안아본 적이 있었습니다. 참매미 자지러지고 뒷산 뻐꾸기 한가롭게 울어대는 어느 해 여름이었습니다. 밭일하다 오신 어머니 이랑에 뽑힌 지심처럼 고달픈 낮잠을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문득 어머니 옆에 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에도 심장이 약해 바스락거리는 소리에도 놀라 잘 깨는 어머니인지라 벽 쪽을 향해 누우신 어머니 등 뒤로 살그머니 누웠습니다. 좁은 어깨가 측은하게 보이는데 괜히 장난기가 발동하였습니다. 젖을 늦게까지 먹어서 그런지 젖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어깨너머로 어머니의 젖가슴을 만져보았습니다. 그런데 그만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는 이내 후회를 했습니다. 어머니의 젖가슴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쭈그러진 빈 껍질만 남아 있었습니다.
어느 여자 분이 아들 장가를 보냈는데 섭하다고 하소연을 합니다. 왜 섭하냐고 했더니 총각 때는 생전 무얼 하나 사들고 들어오는 것을 못 봤는데 장가가더니 퇴근 때마다 봉지를 들고 들어온다고 합니다. 그런데 더 괘씸한 건 어머니와 마당에서 마주쳐도 하나 꺼내줄 생각을 안 하고 모른 채 제 방으로 들어간다고 합니다. 자식을 키워봐야 부모심정을 안다는 말처럼 이·삼십대까지는 제 자식과 제 마누라밖에 모르는 그 아들도 지금은 불혹을 넘었으니 이제는 부모심정을 좀 아는 나이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살아 계신다면 시처럼 우스개 삼아 어머니를 한번 업어보고 싶습니다. 업고서는 방안을 빙그르르 돌면서 장난도 쳐보고 싶습니다. 지금의 사오십대를 두고 마지막 '효'의 세대라고 합니다. 부모님께 효도하고 자식들로부터는 효도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효의 개념이 희박해지는 시대에 그래도 오래 살아야 자식들에게 효도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엉뚱한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어머니 시 모음>
http://blog.daum.net/threehornmountain/13744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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