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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슨 마음
한진현
이 계절은
아무도 외로움을 입 밖에 내지 않는다
계절의 중간에 매여진 꽃들 속에서
반쯤 풀린 마음 한 가닥 자라고
서툰 눈길 따라
훅,
들어서 버린 너의 가슴 한쪽에서
지축보다 더 휘어져버린
나는, 한 계절에 한 바퀴씩
왼나사로 돌아간다
다시 가을과 겨울의 중간쯤
더는 부여잡을 무엇도 남아 있지 않다면
왼쪽으로만 돌아가는 고개 따라
반시계 방향으로 돌고 돌다가
마음의 그을음 같던 녹은
그대 가슴에 낡은 상처로 조금은 남겨두고
나는,
빈집 그늘을 다 빠져나온 나사못처럼
낡은 몸을 뉘겠다
―계간『詩하늘/통권 100호 특집』(2020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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