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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언덕에 서서
김용주
멧돼지 뒤엎고 간 칡꽃이 피는 산길
산꿘의 울음소리 한 역사를 불러낼 때
‘광야’를 노래한 시인 백마 타고 오는 이여
언덕 보이는 강가 발싸심한 안씨 부인
빼앗긴 조국의 땅 낮은 들녘을 지나
고향의 푸른 언덕에 묻히고 싶던 이여
초롱한 눈망울로 온 밤을 다시 깨어
참싸리 뚝뚝 꺾어 집 한 채 엮어내면
이 땅의 푸른 숨결로 청포도가 익어 간다
⸺계간『詩하늘/통권 100호 특집』(2020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