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명편名篇 /복효근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0. 12. 2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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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편名篇

 

복효근

 

 

채석강 암벽 한 구석에

종석진영 왔다 간다

비뚤비뚤 새겨져 있다

 

옳다 눈이 참 밝구나

만 권의 서책이라 할지라도 이 한 문장이면 족하다

 

사내가 맥가이버칼 끝으로 글자를 새기는 동안

그니의 두 눈엔 바다가 가득 넘쳐났으리라

 

왔다 갔다는 것

자명한 것이 이 밖에 더 있을까

한 생애 요약하면 이 한 문장이다

 

설령 그것이 마지막 묘지명이라 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이미 그 생애는 명편인 것이다

 

 

ㅡ시집 마늘촛불 (애지,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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