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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위의 키스
문정희
바닷가 절벽위에서
절박하게 서로를 흡입하던 그 키스
아직 그대로 있을까
칠레 시인의 집*, 야자수 줄지어 선 낭떠러지
부릉거리는 모터사이클 곁에 세워두고
싱싱한 용설란 가시 치솟은 사랑
흰 언덕들 흰 넓적다리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졌을까
사랑은 짧고 망각은 길어**
독재와 혁명처럼
성난 파도 속으로 밀려갔을까
거품으로 깨어지고 말았을까
기념관 속 시인이 벗어 둔 옷보다
위대한 문장보다
살아서 위험하고 아름다운
절벽 위의 키스
아직 타오르고 있을까
늙은 아이 하나 키우고 있을까
*칠레 이슬라 네그라 시인의 집
**파블로 네루다의 시
―계간『시와 세계』(2019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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