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절벽 위의 키스 /문정희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1. 20.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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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 위의 키스

 

문정희

 

 

바닷가 절벽위에서

절박하게 서로를 흡입하던 그 키스

아직 그대로 있을까

칠레 시인의 집*, 야자수 줄지어 선 낭떠러지

부릉거리는 모터사이클 곁에 세워두고

싱싱한 용설란 가시 치솟은 사랑

흰 언덕들 흰 넓적다리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졌을까

사랑은 짧고 망각은 길어**

독재와 혁명처럼

성난 파도 속으로 밀려갔을까

거품으로 깨어지고 말았을까

기념관 속 시인이 벗어 둔 옷보다

위대한 문장보다

살아서 위험하고 아름다운

절벽 위의 키스

아직 타오르고 있을까

늙은 아이 하나 키우고 있을까

 

 

*칠레 이슬라 네그라 시인의 집

**파블로 네루다의 시

 

 

 

―계간『시와 세계』(2019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