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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에 대하여
이재무
아픈 아내 멀리 요양 보내고
새벽 일찍 일어나
쌀 씻어 안치고 늦은 저녁에 사온
동태 꺼내 국 끓이다
나는 얼큰한 것을 좋아하지만
아이 위해 '얼' 빼고 '큰' 하게 끓인다
가정의 우환과 상관없는
왕성한 식욕 위해
나의 노고는 한동안 계속되리라
아내에게서 전화가 오면
함께 사는 동안 한 번도
하지 못한, 살가운 말을 하리라
갓 데쳐낸 근대같이
조금은 풀죽은 목소리로
―시집「저녁 6시」(창비,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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