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뿌리의 방식 /박종인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2. 1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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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뿌리의 방식

 

  박종인

 

 

  죽은 듯이 앙상한 나무가 날씨의 위로를 받자 부스스 눈을 뜨기 시작했다 봄볕 한 사발로 메마른 입술에 생기가 돌았다 이것은 가능성이다

 

  예상은 빗나가거나 적중한다 절반이 확률을 넘었을 때 봄이다 잘려진 목을 접목하는 기술자들, 전문가의 손이 빛나는 철이다

 

  무르익어 번창한 시기는 봄의 중년, 중년은 녹음과 그늘로 이어진다 봄의 뿌리에서 출발한 계절의 마디들, 네 개의 뿌리는 네 개의 매듭을 지닌다

 

  되풀이 되는 기술에 나이테가 그려진다 봄의 고리에 들러붙은 수많은 죽음들, 한 번의 죽음 위에 안간힘이 다녀가고 바람의 피가 서늘해진다

 

  그늘을 좇아 모여든 것들은 그늘의 변심으로 다시 흩어지고 부활을 꿈꾸는 가능성은 어둠속에 웅크린다

 

 

-시집『연극 무대』(포지션,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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