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누군가 피었다 가네 /백향옥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3. 2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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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피었다 가네

 

백향옥

 

 

꽃이 핀다

앓는 가슴에 든 울음이 핀다

 

네가 피어나는데 왜 내 입술이 벌어지는지

미열은 그치지 않고

꽃나무 보이지 않는데 어린 나비 팔랑거리는

모든 호흡이 너를 향해 열린 봄날

 

어느 알 수 없는 손이 살구꽃을 만져

살구꽃 봉우리에 열이 오르는지

 

바싹 마른 몸에 닿으면 꽃불 옮겨 붙을 것 같아

꽃그늘 아래 앉아 폭풍이 지나가기를

 

울렁이는 봄날 개나리꽃 노랑은

노랑저고리 지어주시던 외할머니 손길 같은데

 

멀리서 꽃 지네

누군가 피었다 가네

 

 

 

⸺계간『詩하늘 101』(2021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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