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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피었다 가네
백향옥
꽃이 핀다
앓는 가슴에 든 울음이 핀다
네가 피어나는데 왜 내 입술이 벌어지는지
미열은 그치지 않고
꽃나무 보이지 않는데 어린 나비 팔랑거리는
모든 호흡이 너를 향해 열린 봄날
어느 알 수 없는 손이 살구꽃을 만져
살구꽃 봉우리에 열이 오르는지
바싹 마른 몸에 닿으면 꽃불 옮겨 붙을 것 같아
꽃그늘 아래 앉아 폭풍이 지나가기를
울렁이는 봄날 개나리꽃 노랑은
노랑저고리 지어주시던 외할머니 손길 같은데
멀리서 꽃 지네
누군가 피었다 가네
⸺계간『詩하늘 101』(2021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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