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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에 눕다
유선철
고요의 칼을 갈아 비늘을 건드리면
소리는 움츠리며 거친 숨을 몰아쉰다
단숨에 소리를 잡는
고요의 놀라운 힘
풀죽은 낮달처럼 스러지는 소리에는
어쭙잖은 지난날의 변명이 묻어있다
꽃으로 피지 못해서
꽃을 감은 덩굴 같은
철옹의 넘사벽을 꼭 한 번 넘으려고
따가운 채찍으로 나를 키운 소리들아
보아라,
범종소리도
고요 아래 눕는다
ㅡ 『오늘의시조』(2021, 제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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