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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
손음
버려진 화분에 비가 내린다
누군가의 두개골 같은 화분에
비가 내린다 전속력으로 내린다
델 것 같이 뜨겁게 내린다
손톱을 거꾸로 세우고
비가 내린다 불이 내린다
마당 한가운데 오로지 화분에게만
도착하는 비
투명한 머릿결이
화분 속으로 곤두박질친다
비가 자란다 수북수북 비가 자란다
저곳은 내가 모르는 비의 서식지
쏟아지는 비가 화분을 키운다
화분이 자란다 속성으로 자란다
이미 뜨거워진 씨앗의 심장을 관통했구나
저 화분이 가진 것
저 빈집이 가진 것
화분이라는 이름을 뒤집어쓰고 종일 비를 맞는 저,
ㅡ『발견』(2021,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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