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시를 읽어야 할 시간

화분 /손음

흐르는 물(강북수유리) 2021. 4. 13.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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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

 

손음

 

 

버려진 화분에 비가 내린다

누군가의 두개골 같은 화분에

비가 내린다 전속력으로 내린다

델 것 같이 뜨겁게 내린다

손톱을 거꾸로 세우고

비가 내린다 불이 내린다

마당 한가운데 오로지 화분에게만

도착하는 비

투명한 머릿결이

화분 속으로 곤두박질친다

비가 자란다 수북수북 비가 자란다

저곳은 내가 모르는 비의 서식지

쏟아지는 비가 화분을 키운다

화분이 자란다 속성으로 자란다

이미 뜨거워진 씨앗의 심장을 관통했구나

저 화분이 가진 것

저 빈집이 가진 것

 

화분이라는 이름을 뒤집어쓰고 종일 비를 맞는 저,

 

 

 

ㅡ『발견』(2021,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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